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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거짓말 안하더라...사람도 그래야지"[혈우인의 직업탐방기]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편
혈우환우 홍경래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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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6  15: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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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치료수준이 일정 높은 단계에 올라서면서 환우들의 삶의 질도 상당히 개선되고 이제 사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혈우환우가 진출하지 못하는 곳이 없어 보인다. 여러 환우들이 어디서 어떤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환우가족에겐 어깨너머로 간접체험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깃털만큼 가벼운 ‘혈우인의 직업탐방기’ [우직방] 연재를 함께하자. 본 연재는 한국코헴회 소식지 '우리코헴'의 컨텐츠를 공유해 싣는다.

▲ 접니다 홍경래. 난을 일으키진 않겠습니다.

나는 프로그래머다. 현재는 자영업자, 아니^^;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다.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가진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기술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성시킨다. 또한 그런 프로그램들이 업무와 결합되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제발 프린터 고장 났다고 부르지 마라. 컴퓨터 부팅 안되면 걍 AS 부르라고! 포토샵, 몰라! 쫌!) 그렇게 개발되는 분야는 게임, 웹서비스, 플랫폼, ERP, 솔루션, 보안 등 여러 갈래로 나뉜다. 내가 최근까지 하고 있던 일은 하나 펀드 서비스에서 회계처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 운영단계에서는 필요한 기술 및 인력지원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회사에서는 사업 운영을 하는데 있어서 인력이 필요하게 되면 직원을 뽑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직원을 뽑아서 바로 결과물을 뽑을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육 및 훈련을 시켜서 상당기간이 지나야 어느 정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원들은 일이 많다고 투덜거리지... 본인이 장그래인줄 착각하는 녀석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바로 현장에 투입해서 결과를 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경우 임시로 고용 가능하면서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때 프리랜서를 에이전시를 통해 고용한다. 나 역시 그렇게 고용되게 된다.

▲ 최근까지 일했던 직장. 계약 종료 후 짧은 여행을 다녀왔고 지금은 다른 곳과 일하고 있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은 크게 세가지 단계로 볼 수 있다. 우선 개발 착수 전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정리해야 한다. 모든 일의 출발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단순히 그 무엇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그 이면에 있는 “왜, 이것을 만들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이 프로그램이 무엇을 위한 프로그램인가”하는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만일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파악이 되질 못한다면 그 프로그램은 사용자로부터 외면 받기 십상이다. (그래도 대부분은 아까워서라도 쓰긴 하더라... 대신 엄청난 짜증을 들어야 하겠지...) 이 단계를 요건정리라고 한다.

위 단계가 정리되었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부분부터는 개발자의 경험과 지식이 기반이 된다. 만일 과거 주니어급 개발자 시절 탄탄히 경험과 지식을 쌓아놓았다면 (힘들다고 도망가고 개기고 얼렁뚱땅 일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듣고 있나? 정대리?) 크게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 이 단계를 설계라고 한다.

위 단계가 끝나면 개발 착수에 들어간다. 의외로 개발 착수는 비중이 적다. 개발이 끝나는 시점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먼저 자체 개발 테스트를 하는데,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내가 먼저 검증하는 것이다. 성실히 하는 개발자가 있는 반면, 대충 넘어가는 개발자가 있다.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을 스스로 검증한다는 것, 비단 프로그래밍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한 일을 자기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것은 어떤 분야건 똑같이 중요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 단계를 거치면 사용자 측에서 검증을 한다. 완벽한 테스트는 없지만, 만일 사용자가 테스트를 하면서 한번 클릭만 해봤으면 알 수 있는, 그런 오류가 나오는 만큼 점차 신뢰를 잃을 것이다.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니까. 이런 단계를 거쳐서 개발을 진행한다. 그리고 프리랜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프리랜서들 중에는 말은 유려하나, 실제로 속 빈 강정(돌팔이)인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 주 52시간 지킵시다! 비교적 잘 정리된 상태의 내 책상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대학생 때 과선배가 학과홈페이지 관리를 제안하여 맡게 되었는데, 그것이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때 학과 내에서 내가 제일 컴퓨터를 잘했다. 근데 학과가 철학과인 것이 함정)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하면 나오는 결과는 뿌듯했고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컴퓨터에 빠졌던 학창시절이 나의 진로를 프로그래머로 굳혀주었다. (그리고 연애세포를 잃었지... 전자파 때문인가?)

신입, 대리 때 까지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과장이라는 위치에 올라섰을 때 새로운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발을 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는 개발이 제대로 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고, 그것을 만드는 게 나의 몫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는 게 몸소 느껴지고 있다.

이제 재미있어서 일을 하는 시기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이제는 나의 일이기 때문에, 나를 믿고 고용해준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일에 책임감을 느낀다면 재미있다라는 말이 쉽게 나올 수 없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루하루 쉬운 일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일은 계속하고 싶다. 사내정치에 휘둘려서 억울한 처지가 되어도, 위에서 내린 결정이 일을 더 어렵게 만들어도, 어리고 아직 모르는 직원들 가르치고 훈계하고 타이르면서 몇 번을 인내하느라 고역을 겪지만,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내 경험과 지식이 옳으면 그렇게 결과를 보여주니까, 그게 참 좋다. 그리고 기술이 있으면 굶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기도 한다. (사실 이것 때문에....)

▲ 그리고 준비정도에 따라 한 건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자신에게 휴식을 선물할 수도 있는 것도 이 일의 장점!

끝으로 청년들에게.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꿈을 가져라.” 나도 한때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꿈이 나를 키웠으니까. 하지만 어느날 문득 든 생각은 꿈을 강요하는 사회가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가족을 꾸리며 살아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보다 나는 먼저 자기자신을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건데 당연히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정직했으면 한다. 틀린 말과 행동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몰라서 그러기 보다는 알면서도 쓸데없는 자존심과 체면 때문인 경우가 많다.(그렇게 꼰대가 되어 가기도 하고...) 인정할 건 인정할 수 있는 정직함이 스스로를 성장시킬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혈우환우 홍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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