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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주사량의 허무함새로운 약으로 얻은 것들 중에 허무함도 있을 수 있는가?
황정식 기자  |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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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4  09: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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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기술의 발전은 한층 더 가속화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은 더더욱 편해지고 있다. 과거의 세탁기의 발명은 주부들의 엄청난 자유 시간을 제공해 주었고 앞으로는 자율 주행 자동차의 개발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 시간을 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간소화, 소형화가 급작스럽게 일어나게 되면 그로 인한 마음의 공허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량의 항체약을 매일 맞던 케렙도 이러한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에 익숙해서일까. 변화된 삶에 적응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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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케렙”(Caeleb)이 헴리브라(Hemlibra, emicizumab-kxwh)의 첫번째 약을 받으러 가는 순간까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과거에 나는 미국 식품 의약 안정청(FDA)가 헴리브라의 치료를 승인하기 전에 헴리브라 임상 연구(NCT02622321)에 참여한 가족 몇 명과 만난 적이 있었다. 나는  이 항체 치료제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치료제에 몰려드는 것을 보았다. “알겠어, 이제 우리는 새로운 치료를 시작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고 너무 성급하지 굴지도 않았어. 모든 것이 다 괜찮아.”

   
▲ 분명히 치료약은 좋아졌다. 하지만 느껴지는 이 상실감은 무엇일까?

내 남편과 “죠”(Joe)는 케렙의 첫 투약을 위해 함께 병원을 찾았다. 내 아들은 약간 긴장했지만 죠와 나는 그를 진정시키고 나서 첫번째 주사를 맞았다. 우리는 케렙이 주사 맞는 것을 지켜봤고 케렙은 주사 부위를 확인하는 반응을 보였다. 몇시간 후, 주사 바늘 자국 조차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한동안 병원 근처에서 지냈고 무엇을 기대했는지 잘 알지도 못한 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너무 신중했음을 알아챘다.

다음날 케렙은 주사를 맞지 않고 등교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었다. 충분히 나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느낌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만성 질환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것? 주사 바늘도, 소독 솜도, 그 많은 증류수병과 약병도 없이 모든 것이 잘 굴러가고 있지만 나만은 길을 잃은 듯 했다.

나는 매달 준비하던 장갑, 주사기, 거즈, 증류수, 약병으로 가득 찼던 바구니를 치웠다. 그리고 그곳에 자그만 플라스틱 용기로 교체했다. 자그만 빵 하나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플라스틱 용기에 한 달치 주사약을 올려놓고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제과점 선반에 있는 물건을 바라보듯이 멍하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꿈 같았다.

   
▲ 카잔드라씨가 케렙의 주사약을 모아놓던 선반, 가득했던 일주일치분은 이렇게 하나의 작은 플라스틱 통 하나로 해결되어 버렸다.

나는 케렙과 우리 가족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이 기쁨으로 다가와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많은 량의 주사약이 없어진 지금 엄청난 손실을 느낀 것 같다. 나의 생각을 오해하지 말아달라. 매일 다량의 주사약을 맞는 것은 즐거운 것이 아니었지만 혈우병 아들을 키우는 21년동안 “경계중”을 유지했던 무엇인가가 사라졌기 때문에 느끼는 것들이다. 마치 매일 확인해야 했던 재고들이 없어져서 해야 할 일이 없어져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 같은 것이다.

나는 새롭게 얻은 이러한 자유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혈우병으로 인해 잃어버린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러한 것들은 참 쉽고 좋아 보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새로운 여행일 뿐이다.

 

   
▲ 카잔드라씨가 소개하는 혈우병 이야기

 

카잔드라 캠포스 맥도날드는 출혈 장애가 있는 가족을 위해 동기를 부여해주는 강사이자 작가, 그리고 환자 대변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중증 혈우병이자 항체 환자인 두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를 작성하고 수 많은 발행물에 대한 기사와 블로그 글을 썼습니다. 카잔드라의 오빠인 로날드 줄리안 캠포스는 유아에 혈우병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남편인 조 맥도날드, 그리고 혈우병 항체 아들인 줄리안(21세), 케렙(11세)과 함게 뉴 맥시코의 리오 랜초에서 살고 있습니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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