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제약은 지난 21일 혈우병 환자의 원활한 치료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차원에서 초음파를 통한 혈우병성 조기 관절염 발견 시스템(Hemophilia Early Arthropathy Detection with UltraSound; HEAD-US), 즉 초음파를 활용한 혈우병 환자의 관절 질환 관리와 빠른 검진을 돕는 교육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이 심포지엄에는 초음파를 통해 혈우병성 관절염 예방, 관리를 돕는 HEAD-US 시스템을 소개하고 의료진, 물리치료사 팀으로 포함된 다학제적 협진팀(multidisciplinary team)이 참석해 혈우병 환자들의 관절 관리 및 물리치료요법을 다뤘다. 특히 혈우병 환자에 대한 심도 깊은 학습과 연구, 혈우병 전문의와의 소통을 거치며 전문화되고 맞춤화된 운동/물리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 및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의 물리치료사 팀이 참가했다.

본 심포지엄에 앞서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진국의 혈우병 관리현황과 혈우병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물리/운동 치료요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 왼쪽부터 캐나다의 산드라 스콰이어, 김승근 뉴스파인더 대표, 영국의 스티븐 클래시

(인터뷰① 기사에서 이어짐)

Q. 혈우병 전문 물리치료사로서, 일반인 환자와 혈우병 환자에게 각각 시행하는 물리치료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또한, 혈우병 환자들은 물리치료를 통해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A. (스티븐 클래시) 일반 물리치료사의 경우 혈우병이 희귀난치성질환인 만큼 혈우병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병이 발생했을 때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환자가 상해를 입었을 때 치료를 목적으로 물리치료를 한다.
반면, 혈우 전문 물리치료사의 경우 보다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크게 3~4가지 역할로 구분된다. ① 질병 예방에 대한 역할(환자의 급성출혈을 예방), ② 질병의 진행 정도를 모니터링하는 역할 ③ 환자를 교육하는 역할(환자상태에 따라 실행 가능한 물리치료법 교육)등이다. 더불어, ④ 일반 물리치료사처럼 사후적인 대응도 하게 된다. (환자의 급성출혈 또는 급성 관절염에 따른 통증도 치료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혈우병 전문 물리치료사는 퇴행성 질환들이 관절 또는 관절 내 출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 통합적이고 명확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Q. 보통 혈우병 환자들은 출혈 시 신속히 혈액응고인자 주사(CFC)를 맞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로 알려져 있다. 출혈 시에도 물리치료가 효과적인가? 또한 환자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 물리치료법, 운동법과 주의사항에 대해 알려 달라.

A. (스티븐 클래시) 물론 ‘예방’이 최상의 치료법이기 때문에 유지요법을 통해 출혈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만약 급성출혈이 발생한다면 CFC를 투여하는 등의 치료법이 최우선이다. 영국의 경우 환자의 관절 부종이 특히 심하다면 부종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는 운동이나 물리치료는 시행하지 않는다. 관절자체에 문제가 있을 때(염증이 생기거나 관절부종이 있을 때) 운동을 하게 되면 사후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운동은 자제시키고 있다. 이 경우 물리치료가 담당하는 역할은 관절을 최대한 쉬게 하고 붕대나 목발 등의 보조기구를 사용해 관절을 보호하게 하는 것이다. 이후 부종이 완전히 가라앉으면 물리치료를 시행해 재출혈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혈우병 환자를 위한 운동법이나 자가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환자 각각 다른 운동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관절염이 나타나고 있는 타겟 조인트가 어디냐에 따라 환자 맞춤형 운동법이 처방되어야 할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유지요법을 통해 환자의 관절변화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유지요법을 꾸준히 시행해 관절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환자들에게 추천할 만할 운동이 있다면 수영, 체육관 운동, 달리기(발목상태가 괜찮다면)등이 추천된다. 일반적인 운동도 관절의 힘이나 근력증진에 도움을 주는 만큼 혈우병 환자들도 이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혈우병 환자들도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형태의 질환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의 유산소 운동은 추천할 만하다.

Q. 보통 과격한 운동을 할 때 사전에 혈액응고인자 주사를 맞고 운동을 한다. 혹시 물리치료를 받을 때도 어느 정도의 혈액응고인자를 투여를 한 후 물리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있는가?

A. (스티븐 클래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사실 어떤 물리치료를 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볍고 기본적인 물리치료의 경우 대부분 혈액응고인자 투여가 필요 없다. 반면 굉장히 뻣뻣한 관절에 대한 물리치료를 시행할 경우 사전에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물리치료사에 달려 있다. 환자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평가해 물리치료사가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혈우병 환자들의 대부분은 유지요법을 잘 받고 있기 때문에 혈액응고인자 투여에 대한 결정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A. (산드라 스콰이어) 캐나다도 상황이 비슷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보통은 물리치료사에 의해 혈액응고인자 투여가 결정되는데, 한 가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수술’과 관련된 것이다. 환자들이 인공관절 치환술 등과 같은 수술 후 물리치료를 받을 때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Q. 환자들이 정기적, 지속적으로 관절을 관리하기 위해 정보를 축적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스카이프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화상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A. (산드라 스콰이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화상진료 시스템 도입에는 관심이 많지만 ‘프라이버시(개인정보보호)’ 등의 장벽이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1:1의 전화를 통해 원격진료를 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변화가 점차 이뤄지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 등의 장벽을 넘어 활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기반의 기술을 개발 중에 있는데, 늦어도 내년 초 이후에는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A. (스티븐 클래시) 영국은 환자의 질병진행상태를 트래킹(추적)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안드로이드 및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환자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를 받은 후 자신의 출혈상태를 애플리케이션 내 입력하게 되면 관련정보가 물리치료 센터로 보고되고, 혈액응고인자투여 기록이 센터에 전송되는 기능 등을 포함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SNS 상에서 혈우병 환자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병원에서 아직 도입한 것은 아니다.

Q. 활액막 절제술이나 인공관절치환술을 하고 난 뒤 시행되는 물리치료법은 각각 다른가? 이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A. (스티븐 클래시) 어떤 수술을 하느냐에 따라 물론 시행되는 물리치료법도 달라진다. 수술자체가 어느 정도의 침습성(invasiveness)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무릎관절의 염증이 심하다면 활액막 절제술을 시행하는데, 활액막 절제술의 경우 관절을 통해서 또는 개복식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수술진행 방식에 따라서도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물리치료법도 달라진다. 관절상태가 완전히 손상되거나 특히 발목관절이 거의 가파른 L자 모양까지 관절이 닳아 수술을 한 케이스라면 물리치료가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없다. 그러나 인공치환수술을 시행한 경우라면 환자에 대한 근력자체를 복원하고 관절가동역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물리치료가 필요하다. 환자가 수술 후 입원한 상태에서도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고 이후 외래진료를 통해 계속해서 물리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Q. ‘보충요법’을 시행한 환자와 ‘유지요법’을 시행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다른 물리치료를 시행했을 때 이에 따라 관절상태도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A. (스티븐 클래시) 보충요법과 유지요법을 시행한 환자들 간의 관절상태는 확연히 다르다. 유지요법은 언제 시작했느냐에 따라서도 관절상태가 달라지는데 일찍 유지요법을 시작할수록 관절상태는 좋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지요법을 시작한 환자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관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늦게 유지요법을 시작했다면 아무래도 병리적인 상태는 좋지 않을 것이다.

A. (산드라 스콰이어) 환자 세대에 따라서도 유지요법 시행시기에 차이가 있다. 노인의 경우 과거에 보충요법을 주로 시행했는데 최근 상당수가 유지요법으로 치료방법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과거 보충요법으로 혈우병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발목, 팔꿈치 등 여러 관절에 문제가 많이 있다. 현재 성인 대상의 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린이 혈우병 환자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클리닉을 방문을 하곤 한다. 이러한 환자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심지어 태어난 지 몇 주 후부터 유지요법을 받아 온지라 이전 세대들과 비교했을 때 관절상태는 훨씬 더 좋다.

A. (스티븐 클래시) 실제로 치료 현장에서 유지요법 시기에 따라 환자의 관절상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는 메릴린 만코 존슨(Marilyn J. Manco-Johnson) 박사가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도 또 한번 증명이 되었다.

Q.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 자신들의 환자들이 느끼는 치료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를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스티븐 클래시) 100% 만족한다고 본다.

B. (산드라 스콰이어) 환자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것으로 본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물리치료 센터의 경우 혈우병 치료와 물리치료가 한 곳에서 모두 진행되므로 노인환자의 만족도의 경우 과거와 비교해 굉장히 높아진 편이다. 환자 만족도에 대해 조사 결과에서도 환자들이 센터 서비스에 대해 흡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우병은 평생에 걸쳐 겪게 되는 희귀난치성질환이기 때문에 환자와의 관계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센터 내에서 관절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물리치료사’이다. 관절증상에 있어서의 전문성은 물리치료사만이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혈우병 증상이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되기 때문에 환자입장에서는 근골격계에 대한 증상 및 질환에 대해 언제든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는 것 자체로도 신뢰를 하게 된다.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