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야! 혈우사회
김영기 칼럼니스트  |  younggi7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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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2  00: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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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쉬어가도, 달라도, 평범해도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은 청춘들의 아주 특별한 사계절 이야기”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얼마 전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을 봤다. 도시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의 사계 속에서 친구들과 음식을 해먹으며 삶의 온기를 되찾는다는 얘기가 훈훈했다. 영화 속 혜원(김태리)과 친구 은숙(진기주)이 눈물이 나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매운 떡볶이를 만드는 장면에 이런 대사가 있다. “최고의 요리는 자기가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이 대사를 듣고 왜 코헴회가 떠올랐을까(영화에 관한 재미있는 문제도 있다. 물론 사소한 상품도 있음을 잊지 말자!).

내게 비친 코헴회 구성원들은 크게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 집단은 짧은 주기로 관심을 가졌다 사그라 졌거나 혹은 아픈 몸으로 먹고살기 바빠서, 코헴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쓰고 회원으로 읽어도 좋겠다)들이다. 이들은 코헴회 집행부 구성이 어떠하며 사무국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며 각 지회 임원들의 이름 석 자도 생소한 사람이 태반이다. 또 다른 집단은 코헴회와의 인적, 물적 거주기간이 길고 중심 커뮤니티에 밀착되어 있어서 돌아가는 혈우사회 정보도 많고 중심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많다. 이들은 각자 관점은 달랐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코헴회 계보를 줄줄 읊고 판세를 설명해 주었는데, 그저 놀랍기만 했다.

지금까지 코헴회는 대체로 후자에 의해 움직였다. 그들은 코헴회의 소소한 대소사를 치러내고 문제가 생기면 대처하는 시늉이라도 하며 사람들을 돌보는 구실을 한다. 한마디로 여러모로 기여가 많았던 것이다. 한걸음 더 들어가면 우리가 코헴회를 움직인다는 자부심도 상당해 보였다. 반면 전자집단은 코헴회 돌아가는 일에 굳이 관심이 없고, 누군가 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크게 노력하지도 않아 보였다.

   
 

얼핏 보면 매우 효율적인 역할분담 같기도 하다. 이해관계와 관심이 더 큰 사람들이 코헴회를 챙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수고를 요구하는 대신에 그들의 코헴회 내의 권력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전자의 사람들은 후자의 사람들보다 훨씬 수가 많지만, 코헴회의 정책 결정에 자신의 요구를 투영할 방법을 갖지 못한다. 코헴회의 필요를 느낄 기회가 없거나 배제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코헴회에 대한 효능감이 매우 낮다. 무용론이 횡행해도 별다른 저항감이 없거나 적극적인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코헴회의 정책과 재정은 점점 더 이들의 손을 떠나는 악순환의 사이클이 돌아간다. 그래서 문제의 해결은 관심이다.

본회 집행부와 지회 임원들에게 다수 사람들의 실질적 영향력이 미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코헴회 무용론자들을 양산해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가운데 지난 해 11월 선출한 임원의 이름 석 자라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 많은 사람들이 임원들과 만나고 참여할 기회를 갖도록 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코헴회라는 방향은 ‘그저 좋은 것’을 넘어 우리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다시 껴안는 발레의 ‘파 드 뇌’야 하지 않겠는가.

   
▲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그러니 조금 서툴러도, 어쭙잖아도 괜찮다. 직접 해보는 것이다. 참여해 보는 것이다. 자기 생각을 말해 보는 것이다. 영화가 혜원의 엄마(문소리)와 얽힌 음식의 기억을 계속 호출하면서도 그 요리들을 ‘어머니의 손맛’처럼 막연한 향수나, 재현 불가능한 무엇으로 두지 않는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혜원처럼 계절요리나 식재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요리를 시도해도 괜찮을까? 정말이지 괜찮다.

영화를 보고 며칠이 지난 뒤에도, 귓가에 온종일 맴도는 노래 한 구절처럼 이 음식의 잔상이 자꾸 떠올랐다. 문제 나간다. 혜원이 텅 빈 시골집에 돌아와 끓여 먹는 첫 끼의 메인 메뉴는 무엇일까? 어려운 요리가 아니니 나 같은 혼 살 이도 언제라도 해먹을 수 있다. 삶의 허기란 것이 있다면 어렵지 않는 이런 유의 음식이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註 : 전화번호를 알면 문자로, 아니면 younggi7070@hanmail.net로 정답을 보내주시면 선착순 3분께 각 1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린다.

[김영기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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