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예산 줄일 수 있는데, 눈 뜨고 지켜만 보는 이유는?

꼭 혈우사회 구성원이 아니라도, 혈우병 환자들의 진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조금만 관심가지고 들어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될수 있다. 10~20%줄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1/10로 확연하게 줄일 수 있다.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자. 혈우병 환자들은 피가 잘 멈추지 않기 때문에 응고인자(치료제)를 처방받아서 요양기관 또는 자가 치료법으로 치료한다. 응고인자를 보충해주면 간단히 해결될수 있기 때문이다. 쉽다 매우 쉽다.

그런데 문제점은, 치료 받아야 하는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제 처방의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목상으로는 추가처방시 ‘의사소견서 첨부’ 등을 통해 추가처방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정밀심사를 통해 보험급여 삭감의 칼날이 항시 목을 겨누고 있어 최대치는 사실상 제한되어 있다.

더욱 웃지 못하는 건 ‘정기적으로 약품을 투여하고 있는 환자’에게도 장기처방은 불가하다는 점이다. 한번 병원에 갈 때 5회 또는 6회씩(추가처방은 2회) 나눠서 처방받아야 하기 때문에 적게는 한 달에 1~2번 많게는 3~4번 이상 치료제를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한다. 다시 말해서 1년에 40여 차례씩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방만 받는 다고 해도 말이다.

수 십년동안 환자들의 개별적 내원횟수(병원방문 처방횟수) 통계가 있고, 혈우병 전문 의료진의 경험도 누적되어 있는데도 이렇게 소모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를 늘려 놓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외국 사례처럼 3개월치, 6개월치를 한번에 처방한다면 1년에 단 2~4번 병원방문으로 해결될 수 있다. 즉 진료비가 1/10로 많게는 1/20으로 줄게 된다. 쉽다 무척 쉽다.

모두 다 알고 있는데 ‘못하는 이유’

보건관련 한 기관 관계자는 “환자가 치료제 처방을 받고 유효기간을 넘겨서 아깝게 약이 낭비되기도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소가 웃을 이야기다. 설령 그런 일이 있더라면 치료에 대한 교육과 철저한 건강관리 정보가 우선 제공 되어야 한다는 걸 망각하고 하는 이야기다. 더구나 유효기간이 2년이나 되는 치료제를 유효기간을 넘긴다는 건 중증 혈우병 환자에게는 발생될 수 없는 일이다. 환자가 치료제를 투여하면 약 8~12시간(혈우병 타입에 따라 다름)만에 절반가량으로 약효가 떨어지는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2일내지 3일에 한 번씩 예방(보충)요법을 해야 한다.

사실. 예방요법만 정확히 잘 준수하게 되면 월 10회분에서 15회분이면 이론적으로 적정한 치료가 가능하다. 물론 예방요법을 철저히 하더라고 자연출혈이 될 수가 있는데 이때는 출혈량으로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10~12회 분량에 추가처방까지 포함하면 크게 모자라는 투여량은 아니다.

문제는 처방량을 늘리는 것보다 빠르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 장기처방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처방이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효과적으로 컨트롤이 가능해지고 환자의 의료비도 상당 수준 절감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적정한 용량을 계산해서 월간 투여횟수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횟수로 제한했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약품을 처방받자는 게 문제의 시작이다.

환자의 내원횟수를 줄이고 장기처방이 가능해져야 한다. 환자의 병원방문 횟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진료비가 절감된다. 아울러 필요한 치료제만 처방받게 되므로 불필요한 처방량을 줄일 수 있다.

복지부 ‘장기처방’ 놓고 장고에 빠졌나?
그렇다면, 환자는 더욱 개선된 제도 요구해야

한국코헴회(회장 박정서)는 지난 해 말, 국회에서 의미있는 토론회를 개최한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부기관 관계자로부터 ‘처방량 횟수 증가’와 ‘장기처방’이야기가 있었다. 상당히 근 시일 내에 이뤄질 것 같은 발언들이 나왔다. 그러나 아직 묵묵부답인 상태. 그렇다면 환자들도 대안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대안은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환자의 재가관리 수가책정과 제도마련이다. 현재 투석환자의 경우 재가치료의 정부지원 가능하다. 환자가 전문의로부터 환자등록신청서를 발급받아 공단에 등록한 뒤에는 ‘요양비 처방전’을 수령해서 등록업소에서 제출하면 치료 기기도 대여받을 수 있고 소모성 의료재료도 구입할수 있다.

이같은 시스템에 혈우병 환자도 유사하게 적용하면 된다. 환자가 가까운 병의원으로부터 치료제 처방전을 받은 뒤 등록된 사업소(약국 또는 지정시설, 제약사 등)에 처방전만 접수하면된다. 그 뒤에는 환자의 집으로 치료제가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혈우병 환자의 치료는 대학병원급에서 다학제 치료(여러 진료과 의사가 모여 동시에 환자 상태를 상담하고 어떤 방식으로 수술 치료를 진행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치료방식)가 가능하도록 하며, 단순한 치료제 처방은 환자가 등록된 사업소에서 대행구입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환자는 자기관리를 위해 전문의료진(전문의사, 전문약사, 전문코디네이터 등)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혈우사회가 전반적으로 전문 분야가 다양해진다. 특히 병원에서 치료제를 직접 처방·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병의원에서의 (처방에 대한) 삭감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낭비되는 각종 진료비 포함 제반경비의 절감이 이뤄질 수 있고, 제약사에서는 ‘부담없는’ 추가 약가인하까지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약사의 ‘부담없는 약가인하’라는 점은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데, 다시 말해서 제약사의 직접적인 이윤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경비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로 인한 약가인하로 치료비 예산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

혈우병 전문의료인도 치료제 부담(삭감이나 처방)을 벗어나 오롯이 혈우병 치료연구에 전념하면서 전문적인 의료접근이 더욱 용이해진다. 이런 것이야 말로 ‘올인-원’ 대안법이 아닐까?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