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트 빈슨 정상을 정복한 순간, 이로써 그는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했고 이 기록은 혈우병 환자로써는 세계최초이다.

최고봉에 올랐습니다! 이곳은 지금 맑은 하늘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섭씨 –28도입니다. 바람은 15노트로 채찍 같아요. 저는 짧은 순간 정상에 머물러있지만 자부심은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눈과 얼음의 광경을 바라보니 숨이 멎을 정도네요. 이 순간은 제가 이 꿈을 쫓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운이 좋은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모든 분들게 말하고 싶습니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거에요! - 혈우병 환우 크리스 봄 바르디어

혈우병을 가진 환우가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했다.

혈우병 중증 산악인으로 국제 혈우사회에 잘 알려진 크리스 봄바르디어(31세. 혈우병 중증9인자, Chris Bombardier)가 지난해 ‘에베레스트’ 등반에 이어 올해 1월 ‘마운트 빈슨(Mount Vinson)’을 정복하면서 혈우병 환자로는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르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오르는 건 산악인들의 ‘최고의 꿈’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450명이 등반한 가운데, 혈우병 환우로써는 최초이다. ‘7대 최고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를 비롯해서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남아메리카의 아콘카구아, 유럽의 엘브루스, 북아메리카의 데날리, 호주의 카스텐즈 피라미드(푼칵자야)이다.

▲봄바르디어가 정복한 세계7대륙 최고봉

이곳을 모두 정복한 봄 바르디어는 혈우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각 대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올랐다고 말했다. 출혈장애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선을 극복하기 위한 그의 도전이었다.

봄 바르디어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중증 혈우병 9인자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가 성장하면서 삼촌의 영향으로 취미생활을 시작했고 야외활동을 적극 권유받았다. 산악 등반도 그의 삼촌의 역할이 컸다. 산악등반을 시작하면서 지난 2011년 케냐를 방문한 뒤 ‘7대륙 최고봉’ 등반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그는 케냐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던 중, 지역 혈우병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혈액질환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직업조차 가질 수 없었다.

▲ 저는 케냐에서 만난 혈우병 환우 ‘오네시모(Onesimus)’의 사진을 가지고 다녀요. 이 사진은 내게 더 큰 사명감을 갖게 해요. 환우들을 생각하면서, 저는 아내와 함께 따뜻하고 편한 침대에 누워있는 것보다는 산을 오르는 걸 선택했죠.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혈우병 환자는 꿈 같은 건 가질 수 없다’며 기회조차 포기했죠. 그러나 우리는 해냈습니다! 할 수 있어요!

이에, 봄바르디어는 혈우병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키기 위해 ‘7대륙 최고봉’을 등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가 최고봉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전세계 혈우병 환우들의 치료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혈우병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무엇이든 못하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봄바르디어의 산악활동으로 9만 달러(한화 약 1억원) 이상이 모금되었고, 이 금액은 개발도상국 50명 이상의 혈우병 어린이들의 치료를 위해 사용됐다. 아울러 혈우병 치료제 제약회사인 옥타파마사가 그의 산악활동을 후원하면서 혈우사회의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한편, 옥타파마(Octapharma)사는 올해 출시 될, 다큐멘터리 ‘봄바르디어의 여행’에 제작후원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혈우병 중증 환우의 가족 인 ‘패트릭 제임스 린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그의 마지막 7대륙 최고봉 등반을 앞두고 예방하고 있는 봄바르디어

▲푼착자야 피라미드에 있는 티롤리안 트래버스를 건너는 장면.

▲캠프 거점을 이동중인 모습.

▲지난해 에베레스트를 함께 올랐던 봄바르디어와 팀원들

▲호주의 카스텐즈 피라미드(푼칵자야)를 이동중인 봄바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