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혈액학회(서종진 회장)는 5월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56차 춘계학술대회를 가졌다. 그 중 혈우병 관련 세션이 30일 오후에 있어 현장을 취재했다.

국내에서 혈우병 치료는 종합병원의 경우 소아과, 내과, 혈액종양내과 등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의료진들은 크게 대한혈액학회의 '혈우병연구회'와 한국혈전지혈학회의 '혈액응고분과'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날의 학술대회는 그 중 대한혈액학회의 정기 춘계학술대회로서 여러 프로그램 중 한 세션으로 혈우병에 관련된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오후1시30분부터 오후3시까지 이어진 혈우병 세션에서는 대구 카톨릭병원의 최은진 교수와 경북대병원 김지윤 교수, 한국혈우재단 유기영 원장의 발표가 있었다.

먼저 최은진 교수의 'Advences in monitoring techniques in hemophilia'(혈우병 모니터링기술의 발전) 발표가 있었다. 최은진 교수는, 모든 혈우병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같은 기준(IU/kg)으로을 처방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효율적이지 못하며 최근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춘 치료(Tailored theraphy to the individual)를 위해 응고인자 활성도 측정기술도 발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같은 양을 투여해도 응고인자 활성도가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투여량 조절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환자별 약동학반응(pharmacokinetics) 을 쉽게 측정해내기 위해 '대중적 약동학반응 측정법'(Population pharmacokinetics modeling)이 고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맞춤식 응고인자 투여를 통해 환자 개인별 투여량과 투여주기를 결정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최은진 교수의 발표자료 중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춘 치료'

이어진 김지윤 교수의 발표는 'Pain management in bleeding disorders : comparison with other diseases'(출혈질환의 통증관리)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김지윤 교수는, 혈우병에 대한 통증관리 영역은 일반적인 통증관리 부문에 비해 연구사례가 부족하다고 밝히며 50% 이상의 중증 성인 혈우병 환자가 관절합병증으로 인한 만성통증을 겪고 있고 이러한 통증은 유지요법 환자보다는 보충요법(출혈시에만 투여) 환자에게서, 일반환자보다는 항체환자에게서 더 심하게 조사된다고 하였다. 또한 일반적인 출혈로 인한 통증은 응고인자를 투여해 지혈시키는 것 만으로도 통증이 조절되지만 관절합병증을 동반한 통증은 응고인자만으로 해소될 수 없어 여러가지 약물요법이 함께 필요하다고 전하였다. 세계혈우연맹에서 발행하는 [Hemophilia]지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 계열부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트라마돌계열과 필요에 따라 마약성 진통제를 적절하게 처방하여 혈우병성 통증을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가 있다. 김교수는 우리나라 혈우병성 통증관리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과 치료경험이 많이 쌓이길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김지윤 교수의 발표자료 중 [Hemophilia]지 발췌자료

마지막으로 유기영 원장은 'Optimal maintenance therapy for the management of hemophilia'(혈우병 관리를 위한 최적의 보전치료) 발표를 통해 유지요법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지요법은 출혈빈도를 현저히 줄일 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며,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1% 이상, 가벼운 야외활동을 위해서는 3% 이상, 격한 레져활동을 위해서는 12% 이상의 응고인자를 유지시켜주는 요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적으로도 몸무게에 비례하여 일괄적인 투여량을 결정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환자별 특성에 맞춰 투여량과 주기를 결정하는 '개별맞춤 유지요법'(Personalised prophylaxis)으로 전환되는 추세이며, 일부 약품에 대해서는 '대중적 약동학반응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말쯤 '개별맞춤 유지요법'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유기영 원장은 밝혔다.

유기영 원장의 발표 요약슬라이드

이번 혈우병 관련 세션에는 비록 많은 좌중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경희대 윤휘중 교수와 울산대 박상규 교수가 좌장을 맡고 혈우재단 관계자들과 연대 세브란스병원 유철주 교수, 건양대병원 오도연 교수 외 의료진들과 몇몇 혈우환자 및 가족들이 참석하여 소중한 연구성과와 앞으로의 전망을 나눌 수 있었다. 세션 이후에는 대한혈액학회 내 '혈우병연구회'의 정기총회가 이어지기도 하였다.

'한국 중증 혈우병A 항체환자에 대한 면역관용요법' 포스터

이밖에도 포스터(연구과정과 성과 등을 담은 판넬)전시장에는 강동경희대 박영실 교수, 혈우재단 유기영 원장, 최용묵 교수가 함께 연구한 'Immune tolerance induction in patients with severe hemophilia A with inhibitors in Korea'(한국 중증 혈우병A 항체환자에 대한 면역관용요법) 발표자료도 볼 수 있었다.

또한 강연장 밖에는 노보노디스크, 녹십자, 박스터, 한독, 화이자와 같은 혈우병치료제 생산회사를 비롯한 많은 제약사들의 홍보부스가 세워져 활동을 벌였다.

의료계 학회의 정기 학술대회는 소속 의료인들의 자체 행사이기는 하나, 혈우사회의 가장 큰 구성원이자 주체라고 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연구과정과 성과가 좀 더 열린 형태로 다가갈 수 없는 현실은 못내 안타까웠다. 세션 내 발표자료에 나온 통계수치와 연구결과가 누구의 몸과 마음을 통해 도출되어 나온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댓가 바라기를 떠나 연구의 성과와 열매가 오롯이 환자들의 건강과 최종적으로 혈우병의 극복을 위해 복무되어야 함은 더욱더 자명해진다고 하겠다.

한국의 혈우병 환자들도 스스로 공부하고 있고 전체 혈우병사회 안에서 옳은 몫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학술행사이든 WFH 국제행사이든 환자, 가족, 의료진, 보건당국, 재단, 사회복지사, 제약사 모두가 함께 어울어질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