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우병 환우들의 생활은 매우 개선됐다. 그러나 치료환경이 열악했던 70~80년대 이전 출생 환우들은 대체적으로 관절장애를 안고 있다. 장년층 환우들에게 지체장애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같은 장애는 선천적 장애와는 다르다.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생활하다가 점차적으로 장애진척도가 높아지는 경우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혈우병 환우의 경우, 반려견이 심리적 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외국의 혈우병관련 전문지에 인용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골든 리트리버’라는 종류의 개를 키우는 한 중증 혈우병 환우 이야기가 아래와 같이 소개됐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밥 번(Bob Byrne)은 중증 A형 혈우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출혈이 잦아서 지금은 혈우병성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독거생활을 하고 있는 밥은 누군가로부터 매일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딱히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개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개의 이름을 ‘블라디미르’라고 붙였습니다. 블라디미르는 90개 이상의 명령에 반응을 합니다. 서랍에서 옷을 가져오기도 하고, 열린 냉장고 문을 닫아 주기도 합니다. 늦은 밤이 되면 조명을 켜거나 끄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마트 계산대 직원에게 밥의 신용카드를 전달해 주기도 합니다. 밥은 발목과 무릎에 심한 통증이 있어서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기가 어렵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널때도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이럴 때 블라디미르가 밥의 옆에서 보호자 역할을 해줍니다.

밥은 블라디미르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혼자라는 고립감을 해소하게 되었고 이제는 웰빙 감각까지 향상됐다고 기뻐했습니다.

블라디미르와 같은 서비스 견은 일반적으로 시각 장애인에게 필요한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지만, 혈우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우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존감을 높이는 심리적인 위안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운동 능력을 높여주기도 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지 살펴보자.

첫째, 중증 환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휠체어에 의존하게 될 경우가 있다. 이때 반려견은 보조자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골든 리트리버’와 같은 큰 개는 훈련을 통해 휠체어를 경사로 위로 밀거나 끌어올리기도 한다.

둘째, 환우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만성질환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반려견은 환우에게 불안을 완화시켜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골든 리트리버

셋째, 떨어진 물건을 주인에게 가져다주거나 다른 방에 있는 물건을 가져오도록 시킬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만성질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바로 앞에 떨어진 물건을 혼자서 힘들고 고통스럽게 줍지 않아도 된다.

넷째, 학회보고에 의하면, 단순하게 개를 쓰다듬거나 개가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환우의 혈압과 심장 박동수를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따라 진정효과가 나타나고 통증완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섯째, 환우의 균형감각을 높일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놀아주는 것으로도 환우들은 균형감각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함께 산책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 때문에 낙상할 수도 있는데, 이때 반려견이 위험을 방지하고 주인을 도울 수 있다.

여섯째, 독거 환우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지내는 환우들도 대체적으로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반려견은 환우들의 의사소통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독거 환우들에게 반려견은 매우 이로운 긍정효과를 가져다준다.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책임감을 높이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한번 키워 볼까?’라고 생각했다면, 2018년 개의 해를 맞아서 강아지를 한 마리 입양해보는 것이 어떨까?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