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사회에서 관심 가져 볼만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오는 13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코헴회(회장 박정서)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국회의원이 자리를 만들었다. 김 의원은 식약처장 출신의 국회의원으로 혈우병 관련 유관기관을 아우르는 행정경험이 뛰어나다.

이에 따라, 김 의원실의 요청으로 토론회에 참석하게 되는 정부측 인사들도 혈우사회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안윤진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 과장 △이규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우사회에서 해결되어져야 할 이슈는 사실 산더미 같이 많다. 이를테면 혈우병환자들이 치료제 처방을 받기위해 요양기관을 연간 30여 차례나 방문해야 하는 문제 △나이별로 처방횟수를 달리 적용하는 보험급여 처방기준 △환자들마다 몸 상태가 천차만별임에도 일괄적으로 같은 용량의 처방기준만 적용하고 있는 급여기준 △차세대 치료제의 약가산정 기준 △차세대 치료제의 R&D 지원육성 △환자가 의약품판매업소에서 구입한 경우 요양비 적용 △단체(의약품판매업소 또는 환자단체)의 요양급여비용 대행청구 인정과 기준 △ 수술 및 처치 등의 보험급여 삭감 등 헤아릴 수 없는 난제들이 쌓여있다.

이런 가운데, 환자와 의료전문가 그리고 정부 사이에서 ‘합리적인 의견’이 모아질 수 있는 ‘맞춤형 치료’에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현행수준보다 다소 적은 치료제 처방으로도 효율적인 치료관리가 가능한 환자가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 처방수준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도 분명 있어요. 그래서 환자에 맞는 처방이 필요해요”

이 목소리는 치료제 처방규제를 위해 정부 측에서 먼저 나온 목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환자들의 의견과 전문의사들의 주장이다. 어쩌면, 환자들 스스로 특정 틀에 묶여버리는 주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처방이 줄어들던 늘어나던 간에 환자 특성에 맞게 치료하는 게 맞다”라며 “설령 혈우사회에 사용되어지는 전체 처방량이 줄어 들더라도 환자 개인별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라면 그것이 정답”이라는 대승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의료진도 관련학계의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별로 적합한 진료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맞춤형 치료제 처방’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도 혈우병환자들에게 점진적으로 환들의 치료가 개선되고 국제사회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왔다. 그럼에도 행정부 입장은 또 다른 면으로 ‘경제적 고려’를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예산이 있고 각 부처별로 그 예산에 맞는 행정을 집행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며 비용적인 절충안을 만들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각기 접근법이 다르고 고려해야할 부분도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의료환경 개선과 국민의 건강권 확보’라는 넓은 시각에서는 모두 한 목소리 임에는 분명하다. 이를 전제하고, 어렵게 만들어진 이번 토론회에서 합리적인 공통분모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 김승희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 모습

◇ ‘혈우사회’, 함께 가는 것이 더 멀리 갈수 있다

복수의 집단에서는 견해차이라는 게 존재한다. 무엇을 먼저 야해 하고 그 후에 무엇을 처리해야 하는가를 놓고 실랑이만 벌이다가 결국 이도저도 못하는 꼴사나운 행태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입장차이가 큰 부분을 먼저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 다음논제는 꺼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논의하고 합리적인 안을 돌출해 보면 어떨까? 아울러 토론회 이후에 후속조치로 필수적이다. 이견만 인지하는 선에서 토론회가 끝나버리면 말 그대로 ‘탁상공론’이 되어 버린다. 합의점을 찾은 건 어떻게 정리해서 마무리를 지을지. 또한 견해 차이가 큰 문제는 차후 논의를 어떻게 해 나갈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를 놓고서도 의원실과 한국코헴회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형식적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있다. 시간을 두고서라도 마무리 마침표를 꼭 찍겠다는 의지이다. 정부 측도 충분히 환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게 있고 예상외로 빨리 끝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관련 정부의 행정 전문가들의 견해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토론회가 ‘마이크와 이어폰 토론회’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코헴회는 환자단체로써 30년을 성장해 온 만큼 ‘무조건 달라’라는 견지는 분명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며, 입장과 현실을 이해하고 국가의 정책방향도 녹여 넣어야 할 것이다. 서둘러 간다고 해서 혼자 가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함께 가는 것이 더 멀리 갈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환자들이다. 그래서 환자들이 말하는 ‘혈우사회’라 함은 환자와 가족과 의사와 입법행정부와 제약사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아우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어렵게 시작되는 첫 발걸음 국회 정책토론회 <혈우병 환자의 맞춤식 치료 도입 : 혈우병 등 출혈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는 오는 13일 오전 10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지하 1층) 에서 개최된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