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의 국내진출이 높아지면서 ‘양질의 치료’라는 긍정적 반응과, ‘수입의약품 의존비중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만성질환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약제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

혈우병사회도 과거에 비해 치료비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의 기반이 무너지면 그 파급효과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실제로 혈우병 치료제를 수입하던 한 제약사는 ‘약가를 높이지 않으면 더 이상 국내에 공급하기 어렵다’며 우리 정부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따라서 혈우병 환자의 의약주권은 국내에서 갖고 있어야 환자들의 치료권리가 확보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혈우병 치료제와 관련된 국내 제약사는 녹십자 SK케미칼 이수앱지스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SK케미칼은 CSL사의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의 기술특허권을 갖고 있고 이수앱지스는 피하투여가 가능한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국내 약품은 녹십자가 유일한 셈이다. 국내 혈우병 치료제시장을 홀로 버텨내고 있는 녹십자를 이어 SK케미칼과 이수앱지스의 분발로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단단히 지켜내야 할 것이다.

반면, 현재 혈우사회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는 상당부분 국내 치료제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매출도 매년 상향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차세대 치료제들도 다국적 제약회사가 우선순번을 뽑아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협회측에 따르면 “국내 제약산업이 무너지면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 심화, 이에 따른 약가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 약화와 국민의 약값 부담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기준으로 아시아 국가의 다국적 제약사 비중은 베트남 85%, 태국 75%, 싱가포르 97%, 대만 74% 등으로 나타났으며, 자국 혈우병 치료제가 없는 경우 고가의 치료제를 다국적 제약회사에 의존하면서 의약부문 무역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과거, 혈우병 치료제를 놓고 ‘자국기업보호’라고 하면 곧 ‘녹십자 옹호’라고 인식되었으나 2017년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다. 국내기업 SK케미칼에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는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 시판되고 있으며, 국내 런칭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기업 이수앱지스의 치료제 ‘ISU 304’는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Catalyst Biosciences, Inc.)와 공동개발을 통해 국내에서 ‘1상 임상’의 허들을 거치고 있다. 임상약품의 출시는 사실상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유럽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등 세계 혈우사회의 주요 관심치료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여러 국내기업이 혈우병 치료제에 관심을 높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 의약품 생산시설 ⓒ연합 참고자료

□ 다국적 제약회사의 도전과제, 국내 생산시설을 갖출 수 있는가?

가까운 일본 등 혈우사회 주요 국가를 살펴보면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 공급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현지 생산시설을 갖추고 공급과 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최적의 조건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것은 수입해서 단지 유통만하는 국내 다국적 제약회사와는 차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어떤 약품은 국내 GMP(의약품안전관리시스템)시설 기준보다 낙후된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 공장에서 만들어져 국내로 들어오는 완제의약품들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다국적 제약회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추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다국적 제약회사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일정부분 매출규모에 따라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또한, 일정부분 매출규모에 못 미치는 다국적 제약회사에게는 ‘R&D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의무조치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단순 유통만으로 국부를 유출해가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환자들이 직접 나서면 국가로부터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중대한 역할자가 될 수 있다.

□ 국내제약사의 매너리즘 경계

환자들은 국내제약사의 나태함도 강도 높게 비판해야 한다. 환자들은 양질의 치료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국내 제약사에게, 다국적 제약회사보다 한층 더 강하게 혈우병 치료제의 개선요구를 해야 한다. 뒤 따라가는 전략이 아니라 이제는 글로벌에서 앞서가는 제약회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해야 한다. 70년대처럼 ‘국내 약품이니 써 주자’라는 애국심에 호소하지 말고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먼저 편의성을 집어보면, 단적인 예로 녹십자의 혈액제제 ‘그린모노’의 IU단위는 아직도 250 500 단위에 머물고 있다. 70킬로그램 몸무게의 성인 환자가 1회에 사용하는 용량이 2000단위라고 할 때, 250단위 8병을 투여하거나 500단위 4병을 투여해야 한다. 긴급한 출혈 때문에 용량을 높이려면 번거로움이 더욱 증가한다. 긴급할수록 주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거다.

녹십자의 유전자재조합제제인 ‘그린진F’는 금년에 프리필드 시린지로 바꾸면서 편의성을 높였다는 호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치료제도 250 500 1000 단위밖에 없다. 곧 2000단위를 출시한다고는 알려져 있는데 아직 오리무중이다. 아쉬운 건 대한민국 30대 평균몸무게 정도가 되면 1회 처방량으로 1750정도 투여해야 하는데 ‘그린진F’로 치료하려면 250단위 500단위 1000단위. 이렇게 3병을 준비해야 한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인 샤이어의 애드베이트는 전 연령에서 단 1병으로 치료가 가능하도록 용량을 대폭 늘려 자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는 이중에 몇 가지 품목만 공급하고 있다.

▲ 애드베이트 품목 종류

업그레이드된 혈우병 신약측면을 살펴보면,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반감기가 긴 롱액팅 치료제들을 출시하고 있다. 곧 국내에도 선보이게 될 전망인데 국내제약사들은 아직 조용하다. SK케미칼이 조금 더 속도를 낸다면 자국기업에서는 최초로 국내 런칭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생각보다 소극적이라 환자들 속만 끓이고 있다. 롱액팅, 피하주사 등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수앱지스의 치료제는 임상단계이니, 이를테면 신랑은 기다리고 있는데 딸을 낳아 시집보내려는 모양새라 아직 ‘아득히 먼 그대’인 실정.

한발 더 빠르게, 한층 더 안전하게 생산된 국내 치료제가 국제혈우사회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활보하기를 기대해 본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