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근 주필

혈우병은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단백질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작은 상처도 큰 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복적인 관절 출혈은 만성적인 통증과 관절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우들은 이 질환을 평생 동안 관리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꾸준한 치료와 예방요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혈우병의 치료 방식은 환우마다 다양하며,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물이 등장해도 당장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각자 자신에게 익숙한 치료 루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치료법과 약물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삶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혈우병 치료의 현황과 다양한 접근 방식

현재 혈우병 환우들이 선택하고 있는 치료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예방적 요법으로, 정기적으로 약물을 투여해 출혈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많은 환우들은 이 방법을 선택해 자가 주사 요법을 통해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주사 빈도는 환우의 상태에 따라 다르며, 일주일에 1-2회에서 2-3회까지의 정맥 주사를 통해 출혈을 예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환우에 따라 출혈이 발생했을 때에만 주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예방적 치료보다는 출혈 후 관리에 중점을 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존의 정맥 주사 대신 피하 주사를 통한 치료법도 있다. 피하 주사는 정맥 주사에 비해 통증이 적고 정기 투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환우들이 채택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약물들이 임상 시험을 통해 검증되고 있으며, 일부 환우들은 신약 임상에 참여해 치료 효과를 관찰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양물을 통해 혈우병을 관리하고 있지만, 환우들은 자신이 이미 익숙해진 방법에 대해 크게 불만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즉각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 익숙한 루틴의 한계와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대부분의 환우들은 현재 자신이 선택하고 있는 치료 방식으로 익숙해져 있기에 이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자가 주사 요법이나 출혈 후 치료를 통해 자신만의 루틴을 확립한 환우들은 치료 약물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한 방법이 최선의 치료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외출을 삼가거나 신체 활동을 제한하는 환우들의 경우, 그들의 삶을 ‘출혈 없이 잘 관리되고 있다’라고 볼 수 있을까? 이는 곧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운동이나 사회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태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상적인 삶이란, 혈우병 환우들이 출혈에 대한 걱정 없이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치료제, 즉 신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치료 방식을 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의사들은 환우들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우들에게 치료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 옵션을 제시해야 한다. 혈우병 치료는 단순히 출혈을 예방하는 것을 넘어, 환우들이 활발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환우회의 역할과 정보 공유의 중요성

혈우병 치료에 있어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환우 사회의 역할이다. 환우 사회는 환우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중요한 공동체이다. 각 환우가 선택한 치료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새로운 치료 약물에 대한 정보는 모든 환우에게 유용하다. 예를 들어, 피하 주사를 통한 치료나, 반감기 연장제제, 트로프 레벨이 높은 약품, 신약 임상에 참여하는 환우들의 경험 등을 나눔으로써, 다른 환우들도 자신의 치료법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환우 사회는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공유함으로써 각 환우가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물이 등장했을 때 이를 검토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환우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함께 모색할 때, 혈우병 치료의 패러다임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혈우병은 희귀질환이자 만성질환으로, 각 환우들이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삶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익숙한 치료 루틴에만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치료법, 치료제를 탐색하고, 자신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출혈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우들이 출혈에 대한 두려움 없이 활발한 사회 활동과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진과 환우 사회는 함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보다 나은 치료 옵션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혈우병 환우들이 보다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