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른바 ‘혈우병 치료제 보험급여 변경’ 고시와 관련, 환자들의 투약일지 작성이 구체화됐다. 한국혈우재단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혈우병환자들은 이미 주사일지작성이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의 경우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이와관련 복지부에서는 '개정고시관련Q&A' 통해 주사일지(투약일지) 작성방법을 설명했다. 주사일지 기록과 관련 ‘Q&A’에서는 “투약 후 약제 용기에 부착된 ‘LOT번호 관리 라벨’을 떼어 내어 투약일지에 부착하며, 요양기관은 동 투약일지를 관리하여야 합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위와 동등한 수준으로 투약일지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면서 “새로운 투약일지 관리 방식임을 감안하여 2013.12.31까지는 계도 기간으로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휴대폰앱)’이다. 복지부는 ‘모바일 앱’을 언급했는데, 현재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 공급하고 있는 제약사 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화이자와 바이엘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핸드폰을 이용해서 주사일지를 기록하면 요양기관(환자들이 이용하는 병원 주치의 또는 의료인) 에게 메일로 주사일지를 보낼 수 있다.

환자의 주사일지가 담긴 메일을 받아서 확인하고 있다는 요양기관은 아직 확인된바 없으나 이 시스템이 안착되면 환자가 주사일지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요양기관에서도 환자의 주사일지를 복사해 보관할 필요도 없다. 복지부 ‘Q&A’에 따르면 고시에서 말하는 ‘요양기관의 관리’는 환자 주사일지를 의료인이 확인하는 절차를 의미한다고 했다. 따라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메일보내기 기능을 이용하면 의료인이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바이엘에서 제공하고 있는 앱 프로그램 ‘FactorTrack’은 혈우병A형 유전자재조합제제 ‘코지네이트FS’의 사용기록과 보충요법 예방요법 등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종전까지는 주사일지의 기록이 급여고시 의무사항이 아니었으나 향후 계도기간을 갖고 내년부터는 의무사항이 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바이엘은 자사의 치료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구성이 최적화 되어 있다.

또, ‘비온뒤맑음’이라는 모바일앱도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져있다. 화이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혈우병 치료제의 주사기록을 관리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친숙한 이미지를 사용한 깔끔한 그래픽처리가 사용자 환경에 편리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이번 복지부 고시에 따라 몇 가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변경된 고시를 적용하려면 처방량이 출혈에 따라 달라지므로 예를 들자면 응고인자 수치에 따른 분류와 출혈 양상에 따른 분류가 나눠져야 한다. 아울러 주사일지를 출력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이미지 출력과 e-mail 보내기로 나누고 e-mail도 수신하는 의료인이 확인하기 쉽도록 엑셀파일 또는 워드파일 등 선택적 출력이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

모바일앱은 수시로 업데이트가 되야한다. 일반적인 앱 프로그램이 사용자 편리성을 갖추기 위해 잦은 업데이트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앱을 잘 활용하게 되면 앱제공 업체에서도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첨가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환자의 정보를 제공받는 다거나 새로운 소식을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은 없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양방향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치료제 후발 런칭 업체 또는 환자수가 많지 않은 제약회사에서 더 많은 써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발빠른 환경에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모바일앱’도 바이엘과 화이자에서만 제공한다는 것이다. 많은 환자를 확보하고 있는 박스터와 녹십자는 아직 모바일 앱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개발계획도 발표된바 없다.

박스터의 경우 외국환자들용으로 만든 ‘Beat Bleeds’ 라는 앱이 있다. 환자출혈 메니지먼트가 다양하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주사일지도 엑셀파일뿐 아니라 PDF파일로도 추출되며 각종 행사나 소식을 환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국내 환자들에게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상황은 녹십자에게 더 불리한 것 같다. 바이엘과 화이자는 현재 출시된 ‘모바일앱’의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된 써비스를 제공하고, 박스터는 자사의 모바일앱을 서둘러 한글화 작업을 착수해 제공한다 치자. 녹십자는 대안이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녹십자의 경우 국내 환경에 맞춘 디테일한 ‘모바일앱’이 출시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안타깝지만 어디까지나 ‘기대감’일 뿐이다.

헤모필리아라이프 주필 김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