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혈우환우와 가족들의 연중 가장 큰 이벤트인 '코헴 여름캠프'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직장이 있는 환우들은 캠프날짜에 여름휴가 일정을 맞추기도 하고, 노래깨나 한다는 청소년 환우들은 몇주 전부터 장기자랑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하느라 노래방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만큼 코헴 캠프가 환우 개인들의 여름 바캉스 못지 않게 중요한 여름일정으로 자리잡아왔다는 말이다. 1987년부터.

올해 여름캠프는 경남 양산의 '에덴밸리 리조트'에서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열린다. 올 초 대의원총회를 즈음하여 캠프를 1박2일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된 바 있으나, 풍성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회원들의 바람과 실무자들의 판단이 '축소안'을 자연스레 잦아들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환우캠프'와 '가족캠프'를 격년으로 진행하는 관례에 따라, 이번 캠프는 환우 본인과 미취학 환우의 보호자 1인까지만 참석할 수 있는 '환우캠프'로 진행된다.

▲ 2017 캠프장소인 경남 양산 '에덴밸리 리조트'

△ 여름캠프의 주제는?

코헴회는 올 캠프의 슬로건을 '가까이 더 가깝게'라고 발표했다. 한국 혈우사회가 함께 화합하자는 의미와 함께 동아시아(대만, 홍콩, 말레이시아)와 미국 환우단체에서 오는 참가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세계 혈우인들과의 관계를 더 가깝게 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코헴사무국은 설명했다. 동아시아와 미국 환우단체의 참가는 올해 코헴회가 각 나라들을 직접 찾아가 교류사업을 시작하고 접점을 확대하고 있는 과정의 하나로서, 외국 참가자들은 캠프 하루 전인 17일 항공편으로 한국에 도착해 18일부터 서울경기지회와 함께 버스로 이동, 캠프 전 일정을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21일 코헴사무국과 코헴의집, 혈우재단의원 등 주요 시설을 둘러보는 견학을 마친 뒤 22일 출국할 예정이다.

△ 캠프 첫째날, 만남과 반가움으로 시작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회원들을 처음 맞이하는 건 항상 등록데스크에서의 활기찬 사무국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이다. 버스에서 내린 회원들은 오랫만에 다시 만난 반가움과 그간의 안부를 나누느라 바쁜 시간이다. 회원들은 등록데스크에서 방 배정을 받고 명찰과 기념품 등을 찾아가게 되는데 올해 기념티셔츠는 예년과 다른 파격 디자인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헤모라이프에서 함께 진행하고 있는 레드타이챌린지 스티커로 나만의 티셔츠를 디자인해 입을 수 있어 각자의 개성이 빛나는 2박3일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캠프티셔츠에 부착할 레드타이 스티커 도안 일부

첫째날의 관심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저녁식사 이후 진행되는 '알쓸참이'(알아두면 쓸모있고 참신한 이야기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 관심사별로 세션을 나누어 진행되는 교양프로그램으로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실제상황 CPR' : 심폐소생술 교육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
- 너는 내 운명 : 혈우 부모 심리치유 프로그램 (윤은정 심리치료사)
- 겟잇헬스 : 장년층 건강관리 교육 (부산대 신호진 교수)
- 비정상 회담 : 청년층 미국혈우재단 임원 미팅 (말리 웨튼 NHF 유스프로그램 담당자)
코헴회는 모든 회원들이 자신에게 맞는 교양세션을 정해 들어갈 수 있도록 네가지 프로그램을 폭넓게 마련했고, 회원들은 개회식을 전후해 각자 관심있는 프로그램을 자원봉사자에게 신청할 수 있다.

△ 캠프 2일차 초청강연, 강연자는 누구?

캠프지로 가는 시간, 오는 시간 빼면 뭐니뭐니 해도 둘째날이 하이라이트다. 특이한 점은 보통 첫날 저녁이나 마지막 날 오전에 진행되던 '초청강연'이, 가장 집중 잘 되고 캠프의 황금시간대라 할 수 있는 둘째날 오전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프로그램표 상에 가장 굵고 큰 글씨로 표기해 둔 걸 보면 아마도 이번 캠프의 빅 이벤트로 기획되고 있는 듯 한데, 코헴측은 이 초청강연의 강연자에 대해 아직까지 보안에 붙이고 있다.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강연자가 누군지는 현장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후문이다.

이어지는 낮시간에는 물놀이와 '부산 국제시장 투어'가 희망자를 나누어 진행되는데, '천만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국제시장 투어가 회원들의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장 곳곳의 핫스팟에서 찍은 회원들의 사진이 여름캠프 단체카톡방을 장식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녁에는 캠프에서의 마지막 밤을 장식할 '코헴의 밤'이 진행된다. 뷔페식사를 겸한 축하공연과 장기자랑, 레크레이션이 준비되는데 올해는 장기자랑에서 어떤 회원이 숨겨둔 끼를 발산할지 기대되고 있다.

헤모라이프에서는 각종 시상식장의 레드카펫 행사처럼 '레드타이챌린지 포토월'을 마련해 만찬장에 들어가는 참가자들의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사진으로 담을 예정이다. 레드타이챌린지 참여사진은 회원 각자의 SNS계정에도 올려 혈우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혈우인들의 건강한 생활모습을 전세계에 알리게 된다.

▲ 올해 세계혈우인의날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레드타이 포토월

△ 마지막 날, 재회를 약속하기

3일차 캠프는 각 지역으로 돌아갈 시간을 고려해 점심식사 이전에 마무리된다. 유일한 프로그램으로서 몇 년만에 부활하는 '사랑의 경매'가 진행되는데, 각 지회와 후원사 등이 기부한 경매물품을 참가자들이 입찰을 통해 구입해 가는 익사이팅한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좋은 물건을 말도 안되는 가격에 구해 갈 수 있고 수익금은 공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하겠다. 블루투스 스피커, 여행용 캐리어 등의 일부 경매물품이 공개되어 벌써부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으며 경매에 나올 다른 물품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지고 있다.

2박3일간의 사진전과 참가자들의 사진으로 구성한 뮤직비디오는 캠프의 또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고, 다음 캠프지가 어디냐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총망라될 20일 폐회식을 기대해 본다.

▲ 폐회식에 상을 받으러 올라온 어린이 회원들

헤모라이프에서는 작년 캠프에 이어, 캠프의 하이라이트와 숨은 소식, 참가자 인터뷰 등을 담아 '캠프 데일리' 신문을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취재진이 선발대로 참여하여 첫째날부터 셋째날까지 총 3회의 데일리를 발행할 예정이어서 회원들은 지면을 통해 더 많은 정보와 재밌는 표정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캠프를 캠프답게 즐기기 위해서는?

여름과 방학의 끝자락에 위치한 여름캠프는 항상 회원들의 열린 만남의 장이자 유쾌한 여흥의 공간이었고, 올해 더욱 신선한 프로그램과 검증된 기획으로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학교들의 짧아진 방학일정을 고려하지 못한 채 캠프일정이 잡혀 일부 학생회원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으나 더 넓은 참여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회원들의 사정과 대중적 현황을 먼저 파악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 주기를 코헴 사무국에 바라본다.

▲ 2016년 캠프지까지 싸이클을 타고 도착했던 김철중군

여름캠프는 참가자 자신이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다가서는 만큼, 주체성을 갖고 준비하는 만큼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고 시간이다. 2박3일동안 열심히 손들고 참여해서 상품권과 선물을 한아름 안고 돌아가는 회원의 모습도 가장 가까운 예지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자전거 레이스를 펼쳐 캠프지까지 도착하는 회원의 모습이나 열심히 준비한 마술을 회원들 앞에 선보이고자 무대에 설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청년회원의 모습에서 펄떡거리는 혈우인의 용기와 열정이 느껴졌었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올해 코헴 여름캠프에서, 어떤 따끈한 에피소드와 청량한 추억이 만들어질지 벌써부터 설레는 맘을 가라앉히기 어렵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