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근 주필

지난 3월 국회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2027년 말로 5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개정안에 '정부는 국고지원 확대 등 건강보험재정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부대 의견을 추가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오는 9월 발표할 건강보험 개혁대책에 대해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치료제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고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통해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의 환자들의 의견이다.

현재 국내 희귀질환은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유병(有病)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에 한해 지정된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본인 부담 10%), 의료비 지원 사업 등의 국가 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이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희귀질환 지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희귀질환 지정 대상이 실제 환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귀질환 중 동일 질환 내에서도 희귀질환 지정 여부가 갈려 정부 지원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의료 사각지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일반 질환 또는 만성질환에서도 증상의 심각성이 중증 또는 사망에 가까울 정도의 고통을 받는 최상위 환자(상위 10-20% 내외)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못해 의약품 수급의 어려움과 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진행된 ‘삶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의 국가 관리 강화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의료 사각지대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신농포건선과 후천성 단장증후군이 소개된 바 있다. 전신농포건선의 경우, 전신에 통증을 수반하는 고름 물집인 농포가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2021년 기준 3천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대한건선학회에서 희귀질환 지정을 위한 재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전문 의료진은 전신농포건선이 국가지원을 받는 다른 피부질환보다 중증도가 더 높다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 지정은 5년째 진전이 없는 상황으로 환자들은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질병과 외롭게 싸우고 있다.

후천성 단장증후군의 경우, 수술적으로 소장을 절제하여 길이가 짧아진 증후군이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된 선청선 단장증후군과 동일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법적으로 희귀질환을 인정받지 못해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희귀질환을 지정함에 있어 질환의 특성 및 환자가 겪고 있는 고통, 삶의 질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관리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하고 안정된 건강보험이 바탕되어야 한다는 것이 환자들의 입장이다. 환자단체들은 “건강보험 정책에서 소외되는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국가적 책임을 바탕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에 대한 다각적인 재원 다양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희귀병이라는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별도 국가 재정 방안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가올 9월 발표될 예정인 건강보험 개혁안을 통해 절감한 건강보험 재정을 신약 치료제 보장성을 확대하고 의료 사각지대를 완화하여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