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혈우병 피하주사제제 급여기준 마련에 있어 어떤 획을 긋게 될까?

최초의 비응고인자 피하주사 혈우병 치료제인 '헴리브라'(쥬가이 생산, JW중외 국내공급)에 대한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가 9일 열린다. 2020년 3월 식약처 허가 이후 같은 해 7월 건강보험 등재 신청된 지 2년 6개월만이다.

헴리브라는 혈우병A 환자에게 결핍된 8번 응고인자를 정맥주사로 주 2~3회 투여하는 기존 치료방식과 달리, 이중특이항체 기전을 활용해 8인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치료제로, 최장 4주 1회 피하투여해 출혈을 억제한다. 특히 기존 응고인자 기반 치료제에 억제반응을 보이는 이른바 '항체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어 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비용-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임상시험을 거쳐 2018년부터 해외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뒤이어 혈우병A와 B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피하주사 형태의 다른 많은 치료제들이 연구되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건보 진입장벽 탓에 아직까지 폭넓은 사용이 불가한 상태이며,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를 통해 2020년 9월, 전체 혈우병 환자의 5%에 해당하는 항체환자에만 건강보험이 시작되었다.

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약평위에서는 헴리브라를 포함한 다수 약제의 급여기준안이 논의될 예정인데, 헴리브라에 대해서는 '환자 연령, 기존 치료제 투여기간, 출혈 정도' 등을 반영한 기준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안은 통상 혈우병 관련 의료학회와 전문가의 의견이 취합되는데, 구체적인 의견의 출처는 밝혀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약평위에서 논의된 급여기준안은 이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로 올라가 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최종 급여기준을 마련하는 토대가 된다. 이 단계에서 복지부와 공급사 간 보험약가 또한 정해지고 급여기준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는다.

빠르면 올해 중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헴리브라 보험급여가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헴리브라의 건강보험 급여 전면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에서 7일 가졌다.

앞선 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헴리브라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촉구하며 서울 송파구 심평원 서울지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과정에서 심평원측이 엘리베이터 전원을 차단한 조치에 반발해 전장연 활동가들이 일부 엘리베이터에서 농성을 벌이는 상황도 빚어졌다.

전장연측은 네 시간여 농성 끝에 심평원 관계자 면담을 통해 현재 헴리브라 급여기준안 진행상황과 향후 계획을 듣고 농성을 풀었다. 심평원 약제관리실측은 면담에서 "약평위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전장연은 "약평위 결과를 지켜보고 이후 복지부와 건보공단에 후속 조치를 촉구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편,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심평원 김선민 원장은 헴리브라 급여확대를 촉구하는 강선우 의원 질의에 "혈우병과 같은 희귀질환 환자와 부모님들의 안타까움을 공감한다"고 말하면서 "최대한 검토 속도를 높여서 혈우병 환자들의 헴리브라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개인 ��춤형 혈우병 치료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롱액팅 응고인자제제, 비응고인자 예방요법, 유전자 치료법들이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그 분기점이 될 헴리브라의 건보 적용이 어떤 형태로 자리잡게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럽의약품위원회(EMA)는 헴리브라의 허가 범위를 '중증' 혈우병A에서 '중등도'까지 확대했고 글로벌 혈우병 치료센터들은 만 1세 미만 영아를 포함해 혈우병 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환자(PUP)들도 비응고인자 치료제로 안전하게 출혈을 관리하고 있음을 밝히는 연구자료들을 발표하고 있다.

▲ 기자회견에서 피하투여 예방요법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혈우병 환아의 어머니 조은별씨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