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모IN헤모국제
일상의 순간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때특별한 커피가 '항체 치료' 시절 떠올리게 해
황정식 기자  |  nbkiller@newsfinder.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02.07  16:48: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때때로 주변에 있는 사물, 소리, 냄새 등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뉴멕시코에 살고 있는 카잔드라 캄포스-맥도날드(Cazadra Campos-Macdonald)는 한 잔의 커피만으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끔찍했던 그 당시였지만 이제는 감사할 수 있게 됐다는 그녀의 회상,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내가 다니는 교회에는 주일 예배 후 다과시간을 갖는데 이 시간에는 다 같이 모여서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서로 대화하는 장이 열린다. 이 시간만큼은 서로를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이자 훌륭한 대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 마시는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나는 강하고 쓴맛을 싫어하여 많은 량의 크림(우유로 된)과 설탕을 필요로 했다.

어느 일요일날, 누군가가 하프 앤 하프(설탕과 크림을 반반씩 섞은 커피)가 있냐고 물었고 나는 이제는 가루로 된 분말 크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한 나는 잠시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고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 두었던 그때의 시간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내 아들 케일렙(Caeleb)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항체라는 혈우병 합병증으로 고생을 겪었다. 남편과 나는 번갈아가며 케일렙을 병원에서 돌보았는데, 이때의 입원 기간은 대부분 몇 주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결국 병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새로운 집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가루 분말 크림은 나를 뉴멕시코 대학교 어린이 병원(UNMCH) 6층에 있는 탕비실로 데려다 주었다. 탕비실 안에는 간병인이 머무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가 있었고, 제빙기, 주스, 작은 컵의 아이스크림이 상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24시간 마실 수 있는 커피 포트가 놓여져 있었다.

케일렙이 잠든 후에도 나는 종종 한밤중에 깨어있곤 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병동 복도를 걷다가 탕비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작은 스티로폼 컵의 커피에 원하는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크림팩을 쏟아 부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엉망의 커피를 마시면서 병동 복도를 서성이곤 했다.

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것들이 어떻게 우리를 다른 시간대로 옮겨다 주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맛있는 냄새는 어머니의 부엌을 떠올리게 하고, 시원한 풀밭을 걸으면 어린 시절 놀던 잔디밭이 생각난다. 또한, 80년대 음악은 내 영광스러웠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주기도 한다. 다른 시간대로 되돌아 가는 것은 때때로 아름답게 느껴지곤 한다.

교회에서 마신 커피는 나를 병실 6층 탕비실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을 걱정하면서도 나를 억누르는 무거운 짐을 동시에 느꼈다. 그 씁쓸한 커피와 마찬가지인 표정으로 탕비실을 드나들던 다른 부모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 부모 중 일부는 아이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노래, 짧은 글귀, 지하철에서 빵 굽는 냄새 조차도 누군가의 기억을 인생 최악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러한 순간을 잘 알고 있으며 가능한 최선의 해결 방법을 찾아 행동하곤 했다. 예전에는 이러한 좋지 않은 기억들을 떨쳐내려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심장을 더 빨리 뛰게 만들 뿐이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냄새와 소리들을 인정하고 그것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나빴던 기억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의 마음으로 회상하곤 한다. 과거를 회상하는 순간 나의 아들이 그곳이 아닌 내 옆에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 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황정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헤모필리아 라이프  |  등록번호 서울아02245  |  등록일 2012-08-31  |  대표 박천욱  |  편집인 김태일 박필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성연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205(가산동 470-8, 케이씨씨 웰츠배리 604호)  |  02)6111-8255
업무국 : 서울 서초구 방배중앙로 27길 25  |  전화 02-535-6474  |  문의 및 제보 hemo@hemophilia.co.kr
Copyright © 2012 헤모필리아 라이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