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가 학생 시절 만든 자신의 인생계획표가 한때 화제가 되었다. 내가 유치원 때 만든 인생계획표 대로, 오타니처럼 노력했다면 나는 25세에 생명 연장약을 만들고 30세에 노벨상을 타야 했고 35세면 한국, 미국, 일본에 분교를 가진, 내 이름을 딴 '한'의과대학 총장이 되어있어야 했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한 경기에 모두 하며 최고의 성적으로 뛰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이다.

투수와 타자로 모두 뛰는, 만화 주인공 같은 오타니처럼. 모든 환자를 내 손으로 고처보겠다는욕심 많았던 나는. 주제넘게 내과와 소아청소년과에 겁 없이 도전했었다.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한정우 교수

사람들의 호기심 이외에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내과소아과 이중 전공,그것은 바로 내과-소아청소년과학, Med-Peds이다.
소아청소년과와 내과의 전문의를 취득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두 과의 수련을 모두 받아야 한다는 것이 힘들고 고달픈 일이기도 하지만. 내과와 신경과를 한다든가. 치과와 이비인후과를이중 전공하는 경우들보다. 의사로서 전문 영역을 키우는데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소아는 작은 성인이 아니다. 의대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격언이지만. 나 역시 알송달송한 단어이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를 먼저 마친 뒤. 내과로 들어가기로 한 날. 내과 주임교수님을 만났을때.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 해 주셨다. "자네는 소아과 강사도 마쳤으니, 내과 전공의를 하더라도 쉽게 적응할거네. 사람이란 같은 생리를 가진 것이 아니겠나." 나는 강사에서 진공의로 격하된 처지에 교수님의 격려를 듣고, 역시 동의했으며,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는 힘을 얻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와 내과는 간단히 말하자면,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과였다. 첫날부터 분과를 옮겨다닐 때마다 모든 질병이 새로운 병이었고. 새로운 분과에 익숙해지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간이 홀러 심장. 소화기, 신장, 내분비, 류마티스, 혈액. 총양 등등 모든 분과를 한번씩 경험하고 난 1년 반이 지나자. 조금씩 질환과 치료 양식에 적웅이 되기 시작하었다.

그리고 내과 4년차가 끝날 무렵.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환자를. 응급실부터, 중환자실까지 모든 경우에서 경험해 보았다는. 그리고 어떤 환자의 상황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충만한. 의사로서의 행복감은 지금까지 인생의 어떤 시기보다도 컷다고 기억한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를 모두 마치고. 이러한 나의 경험이 어떻게 이 세상에 쓰임이 될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충. Med-Peds라는 수련제도를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1967년에 미국내과학회(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와 미국소아청소년과학회(American Board of Pediatrics)가 함께 조직한 내과-소아청소년과 통합 전공의 수련제도로서. 각 과의 3년제 수련 기간을 합쳐. 총 4년간. 내과 2년. 소아청소년과 2년의 수련을 통합. 수련을 마치면 내과, 소아청소년과 모두 전문의 자격을 주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 없는 이러한 융합교육과정은 내가 무의식 중에 느꼈던 소아청소년과와 내과 전문 지식의 동시 필요성을 대번해 주는 것 같아 기뻤다.

Med-Peds는 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술한 것치림. 내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완전히 다른 과이다. 신생아부터, 유아기, 소아, 청소년을 거쳐, 성인과 장년이 되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스스로 몸으로 느끼듯 사람은 시간에 따라 성장. 발육, 발달과 노화를 거치며 정신과 신체가 모두 번화한다. 이러한 인생의 과정 속에서 내과와 소아청소년과로 분리, 단절된 의료적 체제 속에서. Med-Peds는 다름과 같음에 데한 통찰을 가지고 용합된 식견으로, 인간 질병의 진료와 의학적 연구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소아-성인 공통질환 진료, 연구이다. 소아나 성인 고유 질환이 있다. 선천성 심장 기형은 소아의 병이지만, 심근경색은 성인의 병이다. 반면 모든 진료과 영역에서,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발생하는 공통 질환도 있다. 심장의 경우.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채 성인이 되는 경우다. 이 경우. 소아과에서 봐야 하는지 내과에서 봐야 하는지 현재,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내분비의 1형 당뇨도 역시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나타난다. 혈액질환으로는 유명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도 그러하다.

지금의 제도로는, 소아청소년과나 내과 모두 연령에 따라 환자를 나눠뉘 맡게 되고, 그렇게 되면 소아과의사나 내과의사나 백험병의 반족 모습 박에 경험할 수 없다. Mod-Ped가 소아부터 성인에 이르는 다양한 신체적 양상과 질환에 대해 잘 경험하고, 공통 질환-백혈병이나 1형당뇨 한 가지를 깊이 있게 전공한다면, 더욱 적합한 치료 관리적 대안을 제시해 출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이진료 클리닉(transition clinic)이다. 소아청소년과는 가족 중심적 진료를, 내과는 환자 중심적 진료를 한다. 소아청소년과는 환아 개인과 함께 부모와의 관계도 중시하고, 많은 지원 서비스가 환자와 가족에게 집중적으로 제공된다. 내과는 소아에 비해 휠씬 많은 환자가 있기 때문에 환자 개인의 질환 중심적 진료를 하고, 환자 가족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의료적 환경이 이처럼 다르므로 어린 환아가 성인기가 되어, 내과 진료를 받는 시점이 되면, 스스로 진료를 보아야 하고, 또한 진료 현장 적응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내과 의료진 입장에서도, 소아기에 복잡한 치료를 받은 환아가 성인이 되어 갑작스레 진료실에 찾아오면, 복잡한 병력 관계를 살피고 종합적 평가를 내리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렇게 Med-Peds는, 소아청소년과와 내과 간의 간격을 메우고, 만성질환을 가진 소아가 내과 진료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임무로서, 생존자 관리(survivorship)를 들 수 있다. 소아청소년기에 만성질환을 겪거나 암과 같이 힘든 치료를 마친 경우. 몸 곳곳에 후유증과 기능 저하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 병으로 시작했지만, 콩팥, 심장. 폐, 근육, 관절 등 여러 곳에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

이 경우, 환자는 모든 전문 전료과에 개별적으료 찾아카야 하퍼 중합격인 관리품 반기 립들다. 생존자 관리란 암치료 이후 생존자에서 먼저 연구됐으며, 질병 진행 및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신체. 정신적 문제들을 파악하고, 조기 진단, 관리 받도록 종합 관리를 하는 것으로, 인생 전주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파악과 대처에 적합한 Med-Peds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Med-Peds가 되는 것은. 한국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과의 수련을 따로 모두 받아야 하고, 전문영역 개척을 위해 임상강사(fellow)도 수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Med-Peds의 배출은 장기적으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요구를 충족하여 주고,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는질환을 더 깊이 있게 진료, 연구할 수 있을 것이기에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같이 내과소아청소년과 융함수련체도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혈우재단 코헴지에 기고된 글을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