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4월 17일은 WFH의 창립자인 프랭크 슈나벨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혈우인의 날로 지정된 날이다. WFH는 세계 곳곳에 있는 혈우병 환자들의 수기를 공모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렇습니다, 저의 이야기도 대부분의 혈우병 환자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는 생후 8개월째, 어머니는 제 몸에 나타나는 푸른 반점과 타박상을 보시고 혈우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질환을 알고 있었고, 아들의 안전에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부모님은 저의 검사 및 진단이 내려질 때 마치 공포 영화와 같았다고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놀이나 스포츠가 허용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일종의 후속 조치와 통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왜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지 말 것을 약속해 달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학교에 진학했을 때 전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부모님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힘들어했습니다. 부모님이 힘들어 하신 부분은 제 모든 친구, 교직원 및 학교 직원들에게 저의 병을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모두가 저를 잘 이해해주어서 너무나도 기뻤지만 한편으로 친구들과 놀지 못해 너무 슬펐습니다.

선생님은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저의 안전을 위해 항상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는 매우 화가 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제일 먼저 학교에 나와야 했고, 맨 마지막으로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퇴근 후 저녁에 집에 데려가 주고, 어머니나 누나가 제 손을 잡아줄 때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몰래 나와 친구들과 축구를 하려 했지만 같이 친구들은 저와 놀지 않고 축구 경기에 초대받지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가 내가 축구를 하지 못하게 하도록 모든 친구들에게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축구를 하면 다리가 다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고 부탁했고, 친구들은 저를 위해 공을 주고 방해하지 않고 드리블을 하는 등 친구들은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 알제리의 모우덴 모하메드는 어찌보면 극성 맞은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를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이에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축구 대신 숨바꼭질이나 몇몇 전통놀이를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어머니는 이러면 안된다고 꾸짖으시면서 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서 집에만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후 저는 관절 통증이 시작되었고 특히 무릎과 발목에서 심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아프다고 말했는데 그럴 때마다 저를 질책하면서도 매번 병원에 데려가셨습니다. 검진과 진단이 이어지고 팩터8(FVIII)을 처방 받았으며 이 약들을 팔꿈치 바늘을 통해 맞았습니다. 긴장이 풀린 그 이후로는 전자게임과 도미노 쌓기를 다시 시작했고, 책을 읽으며 누나와 아버지의 지도아래 놓친 수업들을 따라잡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를 했으며, 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내 자신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격려하였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네가 아직 어린 아이고, 네가 힘들고 어려운 것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내가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소풍이나 놀러가는 것을 금지할 것이며, 원하는 것도 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간호사이셨고 집에서도 항상 저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셨습니다. 학교 또는 주변에 어머니는 나의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나의 안전한 건강을 위해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집에 형제들이 모여 놀 때에도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해달라’, ‘그와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 나 또는 아버지를 불러라’ 등 항상 저의 안전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겠죠. 저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들이었고, 어머니는 저에게 혈우병 환자의 의미와 유형, 증상과 위험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내 몸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를 때까지 수영 등을 연습하라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자가주사법을 가르쳐 주셨고 아버지는 매일 아침에 학교에 태워주고 데리러 오며 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오늘날 저는 예방 요법을 통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제 무릎 관절은 염증으로 인해 통증을 받고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 혈우병 협회를 만들고 다른 혈우병 환자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신께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