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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혈우병 환자 Tim, "운동에 대한 열정 환자들과 나누고 싶다"구급대원이자 보디빌더 Tim Demos씨 인터뷰 (하)
김태일 하석찬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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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2.24  19: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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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레벨업 프로젝트>는 혈우병 및 혈우병 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게재된 호주 혈우병 환자의 영상이 국내 환자들에게 소개되었다.

호주에서 보디빌더로 활동하는 Tim Demos씨는 ‘혈우병 환자는 몸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으로 활동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나날이 더욱 기대된다는 Tim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운동을 통해 출혈을 예방하고 관절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및 호주 사회의 혈우병에 대한 인식, 보디빌딩을 즐기는 혈우병 환자로서 건강한 삶 등에 대해 2회에 걸쳐 들어보고자 한다.

Tim Demos (중증 혈우병A 환자)

• 호주 멜버른에서 구급대원으로 활동
• 9세~15세까지 출혈 증상이 심해 사회활동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운동을 시작하며 극복, 현재는 매주 헬스장에서 6~7일을 보냄
• 전문 의료팀과의 상담을 통해 신체 활동 수준에 맞는 예방요법을 시행 중


(12) 한국과 호주의 치료 환경 차이가 궁금하다. 한국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예방요법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호주에서는 언제부터 예방요법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는지, 보통 몇 살부터 예방요법을 시작하는지 궁금하다.

호주에서는 내가 태어난 약 28년 전쯤부터 대부분의 환자들이 예방요법을 시작했다. 유전자 재조합 제제의 등장으로 더 이상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혈액 공여를 기다릴 필요 없이 치료제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치료제 공급력이 개선된 이 시기부터 예방요법이 널리 사용되었던 것 같다.

호주에서는 나처럼 자발 출혈이 많이 발생하는 중증 환자들이 예방요법을 많이 시행한다. 신생아는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예방요법을 하지 않지만, 기어 다니거나 활동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예방요법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경우 정맥 주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해 케모포트를 삽입해 투약하는데, 나는 케모포트를 2개 정도 망가뜨린 시점부터 정맥주사로 전환했다.

(13) 한국에서는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가 작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호주에선 언제부터 사용되었나?

호주 멜버른에서는 내가 반감기 연장 제제를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4~5년 전 임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치료제 출시 전이라 임상에 참여한 사람들만 쓸 수 있었고, 출혈이 잦은 사람보다는 안정적으로 건강관리가 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우선 연구를 시행했던 걸로 알고 있다. 멜버른에서 진행되는 임상에 참여하며 반감기 연장 제제를 사용하는 동안 치료 효과가 좋았다. 이전에는 예방요법을 위해 주 3회 투여를 했다면, 반감기 연장 제제를 활용한 뒤로는 4일에 한 번 투여한다. 주사바늘을 찌르는 횟수를 일주일에 1회 정도 줄인 셈인데, 실제로 바늘에 찔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주 1회는 큰 차이다. 일주일이 아니라 1년, 5년, 10년 등 장기간 주사바늘을 몇 번 덜 찌를 수 있는지를 계산해보면 더 큰 차이로 느껴진다.

호주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임상 직후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임상 시험 자체가 12~18개월정도 진행되었고,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 만족할만한 데이터가 나오면서 출시되어 호주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참여했던 반감기 연장 제제 임상 연구는 기존에 사용했던 치료제 대비 출혈률이 유지되거나 줄어드는지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었고, 같은 임상에 참여했던 주변의 다른 분들 모두 출혈이 줄었다고 이야기했다. 호주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는 약 3년 반~4년 전부터 원하는 분들이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개선되었다.

▲ 이번 인터뷰는 서울과 멜버른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줌 미팅 방식으로 이뤄졌다.

(14) 호주 환자들의 커뮤니티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알고 계신다면 소개 부탁드리고, 최근에 참여한 활동이 있다면 경험이나 소감을 말씀 부탁드린다.

어린 시절 첫 주치의에게 치료를 받던 때만 해도, 의료진이 혈우병 환자들에게 신체 활동을 보수적으로 권했다. 신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영 등을 권했는데, 나는 수영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주치의가 바뀌던 시기부터 “하고싶은 것을 다 하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센터에서 찾아준다”고 권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권투처럼 몸을 심하게 부딪히는 종목만 아니라면 어떤 운동이든 하는 분위기로 변했고, 지금은 혈우병을 가지고 있는 젊은 환자들 대부분 여러 종류의 스포츠를 시도하고 있다. 내 주변 환자들도 마라톤, 럭비,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한다. 혈우병이 있다는 이유로 운동을 못하는 일이 없을 만큼 활발하게 운동을 권하고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환자들끼리 캠프나 커뮤니티 활동을 할 때도 장애물 달리기, 암벽등반, 서바이벌 게임 등을 한다. 모든 혈우병 환자들이 원하는 활동을 시도해보고 열정을 바탕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아보며 활발하게 살고 있다.

(15) 출혈을 걱정하여 운동을 망설이는 혈우병 환자들이 있다. 혈우병 환자들에게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어른이든, 아이든, 혈우병이 있든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운동은 모든 사람에게 좋다. 특히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운동의 중요도가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운동으로 인한 부상이나 출혈을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든 운동으로 인해 부상을 당할 수 있고, 우리와 같은 혈우병 환자들은 그저 위험률이 조금 더 높을 뿐이다. 또한 운동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거나 부딪혀 출혈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운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비활동적인 삶을 살다가 건강이 악화되어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과거에 운동을 하지 않았던 시기 동안 출혈 빈도가 지금에 비해 5배 정도는 더 높았던 것 같다. 운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 출혈을 예방하는 혜택이 부상의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운동을 하며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특히 혈우병 환자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은 단순한 신체 건강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는 농구를 함께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혈우병 환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적어도 농구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지극히 정상이라 표현할 수 있는 삶을 살았고 이를 통해 쾌감과 만족감을 얻어 정신적인 건강과 사교적인 삶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운동과 같은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은 여러가지 다양한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삶의 질과 관련한 운동의 기여도나 중요성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Tim은 사노피-젠자임사가 운영중인 유튜브채널 '레벨업프로젝트'에 출연해서도 혈우병 환자의 운동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16) 구급대원이라는 직업이 새롭고 흥미롭다. 질환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구급대원 일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어려서부터 항상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라왔다. 병원을 드나들고, 보건 의료체계에 의존하는 삶을 살다 보니 나를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의료 전문가들을 보며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들이 나를 안심시키고 안전하게 돌봐준 기억이 환자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살핌을 돌려주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구급대원이라는 직업이 멋지고 흥미롭게 느껴져서 도전하게 되었고, 현재 매일 흥미진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앰뷸런스를 타고 나가서 하는 일들은 아주 다양하다. 출산, 자상, 낙상 등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구급차를 부른 응급상황에서 좋지 않은 상황을 겪는 사람들에게 달려갈 수 있고, ‘괜찮다, 도와주겠다, 병원으로 잘 데려다 주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이 안심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 내가 돌봄을 받으며 느낀 기분과 감정들을 어려운 순간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꺼이 돌려주고 보답할 수 있다는 점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는 것이 큰 행복이다.

(17)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입니까?

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건강이 좋지 않거나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트레이너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혈우병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호주에서는 질환이나 부상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이 다시 일반인 수준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재활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많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자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는 상대적으로 적다. 환자들이 일반적인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질환이 있더라도 최대한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운동에 대한 열정과 환자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소망을 조합하면 좀 더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운동으로서 환자들의 신체능력을 최상위 수준으로 이끌어주고 싶다고 말하는 Tim의 뒤로 애장품들로 보이는 프라모델, 피규어들이 보인다.

(18) Tim이 현재 가고 있는 길이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분명히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응원한다. Tim의 방 뒤편에 전시된 피규어들을 보니 혹시 수집가로서의 꿈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웃음)

사실 캐비닛 3개를 꽉 채울 정도로 많은 프라모델을 가지고 있다. 입원해서 할 일이 없을 때 작은 취미로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혼자서 조용히 몰입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 등도 좋아한다. 활발한 활동과 정적인 활동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은 좋은 것 같다.

(19) 마지막으로, Tim의 이야기를 한국의 많은 혈우병 환자들과 가족들, 의료진들이 보게 될 것 같다. 한국의 혈우병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최대한 서로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은 혈우병 환자들이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이더라도 같은 질환을 갖고 있다면 서로 중요한 공통점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질환을 치료하며 느낀 애로사항, 통원에 대한 불편함, 질환으로 인한 통증 등에 대해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서로 잘 연결되는 것 같다. 꼭 혈우병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활동하며,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한 도움이 필요할 때나 도움을 주고 싶을 때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손을 들었으면 좋겠다. 오늘 인터뷰처럼 서로 소통하고 응원할 수 있는 일들을 공유한다면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혈우병 때문에 무언가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면 될지 고민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단계를 밟아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방법을 찾아보고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여러분들에게도 혈우병이 한계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낼 방법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면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고, 같이 찾아내면 된다.

(20) 인터뷰에 상세하고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한국의 혈우병 환자들에게 이번 인터뷰가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에 방문하면 꼭 만나고 싶다. 앞으로도 건강한 미래를 그려 나가시길 바라며, 나중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는 먼 거리에 있지만 결국 하나의 커뮤니티에 속해 있고, 원하는 것이 같기 때문에 앞으로 관계에 많은 발전이 있길 바란다. 코로나가 해결되고 나면 언젠가 한국에 방문해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경험하고 싶다. 직접 뵐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

▲ (자료사진) 올해 3월 호주혈우재단 뉴사우스웨일즈(NSW) 지역 환자가족 피크닉 (출처 : HFNSW 소식지)

[헤모라이프 김태일 하석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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