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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혈우병 환자 Tim, "보디빌딩은 내게 두번째 예방요법"구급대원이자 보디빌더 Tim Demos씨 인터뷰 (상)
김태일 하석찬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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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2.19  11: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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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레벨업 프로젝트>는 혈우병 및 혈우병 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게재된 호주 혈우병 환자의 영상이 국내 환자들에게 소개되었다.

호주에서 보디빌더로 활동하는 Tim Demos씨는 ‘혈우병 환자는 몸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으로 활동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나날이 더욱 기대된다는 Tim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운동을 통해 출혈을 예방하고 관절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및 호주 사회의 혈우병에 대한 인식, 보디빌딩을 즐기는 혈우병 환자로서 건강한 삶 등에 대해 2회에 걸쳐 들어보고자 한다.

Tim Demos (중증 혈우병A 환자)

• 호주 멜버른에서 구급대원으로 활동
• 9세~15세까지 출혈 증상이 심해 사회활동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운동을 시작하며 극복, 현재는 매주 헬스장에서 6~7일을 보냄
• 전문 의료팀과의 상담을 통해 신체 활동 수준에 맞는 예방요법을 시행 중

(1) 혈우병 또는 직업과 관련해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이름은 Tim Demos이고, 현재 28살이다.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으며, 중증 A형 혈우병 환자이다. 아주 어렸을 때 가족력이 없는 상태에서 진단을 받았다. 형은 혈우병이 없기 때문에 처음 진단받았을 때 부모님이 많이 놀라셨다고 들었다. 혈우병이라는 질환이 있기 때문에 의학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었고, 현재 호주 멜버른에서 구급대원으로 7년째 근무 중이다.

(2) 혈우병을 처음 진단받았던 계기와 어린 시절 혈우병으로 인한 불편함을 극복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하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처음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몸에 멍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치 하나의 멍 덩어리처럼 보일 정도로 멍이 심하게 들었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부모님이 나를 병원에 데려갔다. 지금은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내 상태를 본 의사가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질문을 건네 부모님이 많이 놀라셨다고 들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나를 귀하게 키우셨는데 그런 질문을 받아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아동학대가 아닌 점을 이야기한 후에는 소아전문병원으로 전원했고, 그때 처음 혈우병을 진단받았다.

활동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 사람은 혈우병이 있기 때문에 과격한 운동이나 신체 활동을 못할 것이다’라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어디까지 활동할 수 있을지 한계를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특히 현재는 의학적 발전을 통해 좋은 치료제들과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출혈질환을 가진 사람들도 활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 이번 인터뷰는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 '줌'을 통해 진행되었다.

(3) 가족이나 친구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평소 혈우병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소통하는지 궁금하다.

나 역시도 주변 사람들에게 내 상태를 알리고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고,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주변인들에게 혈우병이 무엇인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가끔 어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나도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며,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해야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친구들에게 오래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친구들은 내가 혈우병으로 인해 삶에 특정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으며, 영향을 받았을 때는 심각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내가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집 또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꺼냈을 때, 만사를 제쳐두고 나를 도와주려 노력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신체적인 건강 외에도 정신적인 건강까지 지지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잘 아시다시피 나는 중증 혈우병 환자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자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좌절감이나 짜증을 느끼지만, 그런 일이 내 삶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나와 주변 사람들이 잘 인지하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들이 내 이상징후를 알아봐주고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훨씬 더 안심이 된다. 다른 혈우병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라고 조언하고 싶다.

(4) 한국에서도 과거에 혈우병이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사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치료 여건도 개선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진 상황이다. Tim은 현재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혹시 혈우병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사실 지금의 나를 볼 때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나도 과거에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었다. 특히 14~16세쯤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암흑기였다. 그 당시 자발 출혈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신체 활동에 제한이 있었고, 학교도 반년 정도 가지 못했다. 신체 활동을 못하다 보니 체중이 많이 불어 근육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체중과 비슷한 과체중 상태였다. 그 당시에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단절된 상태로 집에 혼자 앉아 스스로를 싫어하며 ‘나는 왜 이럴까?’ 생각하는 삶을 살았다. 그 때의 나는 치료제를 제대로 투여하지 않았다. ‘내 삶에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 약이라도 내 맘대로 끊어보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 밖에 없지 않나’라는 좋지 않은 생각을 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까 싶다. 이로 인해 상태가 더 안좋아졌고, 속상함을 느낀 부모님이 나를 위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6~12개월간 상담하며 그동안 느꼈던 좌절감, 분노를 많이 풀어낼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내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때 찾아왔다. 그때부터 내 삶이 정상궤도로 돌아와 건강한 삶을 추구할 수 있었다. 정신 건강이 잘 관리되면 신체 건강도 따라온다. 마음의 건강과 신체의 건강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가 무너진 상태에서 다른 하나가 건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에 이르고 운동을 통해 신체적 건강까지 챙기고 나니, 내가 가진 혈우병을 인정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후 필요했던 재활을 하고 훨씬 활동적인 삶을 살며 보디빌딩을 시작하는 등 오늘날의 삶을 살게 되었다. 현재는 아주 행복한 상태이다.

(5) 평소 혈우병을 어떻게 관리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있다면 언제부터 시행했는가?

나는 평생 예방요법을 시행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태어난 시기는 호주의 혈우병 치료제가 혈장제제에서 유전자 재조합 제제로 전환되던 시점이었다. 어머니가 나를 낳은 타이밍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혈장제제를 쓸 경우 감염이나 HIV 문제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비교적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평생 예방요법을 시행해왔기 때문에 나는 출혈 정도를 상당히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치료제를 4일에 1회 정도 투여하는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반감기가 긴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투여 주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 2년 전쯤 임상 연구에 참여했을 때부터 이 정도 간격으로 주기를 늘려서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성장기에는 월수금 패턴으로 일주일에 3회 정도 치료제를 투여를 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주사바늘에 대한 공포가 심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3번이나 주사 바늘을 찌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 치료제를 1회 투약하기 위해 주사바늘을 16~17회정도 찔러야 했던 시기도 경험했다. 다행히 지금은 운동을 많이 해서 가만히 있어도 핏줄이 잘 보이며, 토니켓을 사용하지 않아도 바로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이제는 치료제를 투여하는 시간이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과거의 치료제 투여 경험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나는 10살때부터 자가주사 방법을 배워 직접 치료제를 투여하고 있다. 지금은 바늘에 대한 공포가 있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 많지만, 과거에는 별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늘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며 살아왔다.

▲ 사노피-젠자임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레벨업 프로젝트'에 출연해 혈우병에 대한 편견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다고 설명하는 Tim

(6) 16번~17번씩 주사바늘을 찔렀다고 하니 마치 직접 찔린 것처럼 통증이 느껴지고 많은 공감이 된다. 병원 방문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병원에서 어떤 절차로 처방을 받고 건강 관리를 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현재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상태라 병원은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꼴로 방문한다. 호주에는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포괄적 관리 서비스가 잘 구축되어 있다. 멜버른 빅토리아에 있는 혈우병 관리센터에 방문하면 주치의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등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나는 현재 센터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먼 거리에 사는 사람들도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할 필요 없이 한 번 방문했을 때 필요한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어 편리하다.

센터에 방문하면 주치의가 단순히 질환과 관련된 내 상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혈우병 치료와 관련해 의료계나 커뮤니티에서 일어나고 있는 발전적인 소식을 들려준다. 예를 들면, 유전자치료제나 피하주사처럼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 소식이나 1~2년 후 치료 환경에 어떤 변화나 임상 연구가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 과거에 비해 많은 혈우병 치료제가 개발되고 여러가지 임상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 이런 소식을 접하는 것이 혈우병 환자로서 고무적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혈우병 치료제는 한 개 정도였고, 나에게 잘 맞지 않을 경우에는 별 다른 대안이 없어 효과가 낮은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의 폭이 더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 치료 환경에 대해 거는 기대도 크다.

(7) 호주 혈우병 센터의 포괄적 관리 서비스를 항상 이용할 수 있는 것인지, 월 1회 등 특정 날짜에 방문해야 이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포괄적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 있긴 하다. 하지만 만약 방문한 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일 경우에는 1~2일 내에 다시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준비해주며, 최대한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날을 확인해 예약을 잡아준다. 혈우병 환자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센터의 모든 전문가들이 매일 환자들을 기다리고 있기 어려운 점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물리치료사 같은 경우, 혈우병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 환자들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날짜에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살고 있는 호주 멜버른에는 혈우병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충분히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8) 혈우병 환자들은 과격한 운동을 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보디빌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각종 스포츠를 즐겨했다. 부모님도 내가 활발하게 많은 활동을 하도록 독려해주셨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스포츠를 시도할 수 있었다. 보디빌딩은 처음에 혈관이 잘 잡히지 않아서 시작하게 됐다. 병원에서 주사 맞기 전에 1kg 정도의 작은 덤벨을 들고 난 후 치료제를 투여하면 혈관이 더 잘 보일 거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덤벨을 들다 보니 치료제 투여에 도움도 되고 재미를 느껴 지금까지 운동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헬스장에 일주일에 6일 정도 가고, 갈 때 마다 1시간 반정도 운동한다. 현재는 꽤 무거운 기구들도 잘 들 수 있는 상태이다.

개인적으로 혈우병과 관련해 가장 잘한 선택이 보디빌딩을 시작한 것이다. 혈우병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운동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력히 추천한다. 보디빌딩을 통해 근육과 관절을 모두 건강하게 발달시키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디빌딩을 통해 상당히 많은 건의 출혈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디빌딩을 제대로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레이너와 함께 안전하게 운동하며 올바른 방법을 통해 내 몸을 이해하면서 한다면 혈우병 환자들에게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을 것이다. 나는 현재 8년 이상 보디빌딩을 하고 있고, 혈우병 환자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운동 종목이다.

▲ 사진을 클리하면 Tim의 유튜브 영상으로 링크됩니다

(9) 보디빌딩이 혈우병 관리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고, 최근에 즐겨하는 다른 스포츠도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성장기에 농구를 좋아했고, 15~16년 이상 했다. 그러나 농구는 발목에 좋은 운동은 아니다. 발목은 한 번 다치면 계속 부상을 당하기 쉽다. 내 경우 발목 부상을 자주 입어서 출혈이 자주 발생했다. 성인이 되면 신체접촉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농구를 계속 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농구를 하다가 다친 발목을 재활하기 위해 물리치료를 받고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어 보디빌딩을 지속하게 되었다. 멜버른에 있는 다른 혈우병 환자들에게도 보디빌딩을 권유하고 있는데, 아직 나만큼 보디빌딩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나는 근력운동을 한 덕분에 근육이 강해지면서 자발 출혈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과거에는 팔에서 자발 출혈이 많이 일어났는데, 덤벨이나 바벨을 들다 보니 수년 째 팔에서 더 이상 자발 출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근력운동을 할 때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올바른 방법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력운동은 누가 지켜보는 상태에서 바른 방법으로 하면 농구보다 훨씬 안전하다. 농구는 여러 사람들이 팀으로 부딪히며 하는 운동이라 의도치 않게 부상을 입을 수 있지만, 근력운동은 잘 통제된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운동만 조절하며 할 수 있기 때문에 출혈이나 합병증 등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더 적다. 근력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면 보기도 좋고 스스로 만족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자존감이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10) 현재 시행하는 예방요법이나 자가 정맥주사가 운동과 일상 생활, 질환 관리에 어느 정도로 도움을 주고 있는가?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나는 평생 예방요법을 시행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사람이다. 물론 중증 환자라 예방요법을 해도 출혈이 발생하긴 하지만, 예방요법을 한 덕분에 출혈 빈도나 중등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나보다 5살 정도 더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예방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지금 그들과 나의 건강상태는 크게 차이가 나며, 이처럼 예방요법을 5년정도만 늦게 시작해도 큰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방요법을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나라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예방요법을 하면 출혈이 발생해도 통증을 적게 느낄 수 있고 출혈로 인해 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지켜보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많은 혈우병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는 평생 일주일에 몇 차례씩 주사바늘을 찌르며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예방요법을 하지 않았을 때 치르는 대가를 생각해보면 예방요법의 혜택이 실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예방요법을 하지 않으면 출혈 빈도가 높아져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차질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주기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어느 날 발목이 퉁퉁 부으면 잘못을 빠르게 깨닫고 다시 부지런하게 예방요법을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예방요법으로 인한 불편함보다는 긍정적인 요소를 훨씬 더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11) 많은 분들이 운동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치지 않고 근력 운동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 부탁드린다.

혈우병이 있든 없든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다. 나도 늘 이 부분이 쉽지 않고, 보디빌딩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근육통이 올 때마다 ‘이걸 해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근력 운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동들이 혈우병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운동 중 내가 제일 즐길 수 있는 종목을 찾고,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 보길 바란다. 나는 최근 호주의 락다운 때문에 외출이 쉽지 않았을 때 조깅을 시작했는데, 한 달 동안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뛰는 속도도 너무 느려서 즐겁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만 시도해 보자고 스스로와 약속하고 꾸준히 해온 결과 점점 즐거움을 느껴서 지금도 여전히 조깅을 하고 있다. 주 4~5회 산책, 근력 운동, 팀 운동 등 어떤 운동이든 처음에는 힘들고 오래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근력 운동도 첫 6개월이 고비인데, ‘이 부분에 근육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아플 수 있다. 그러나 온몸이 아픈 것을 극복하고 나면 2년정도는 가장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 몸이 만들어지는 게 눈에 보이고 근육이 강해지며 보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운동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노년의 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보길 권한다. 나중에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 몸과 건강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동기부여가 더 잘 될 것이다.

(호주의 혈우병 치료시스템과 앞으로의 계획이 담긴 인터뷰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김태일 하석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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