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수많은 일들이 있다. 새해 정유년을 맞아 나이 스물아홉이 되어 한 가지 의미있는 일을 해볼까하여 장기기증이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소하지만 때론 망설여지는 기증,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사후에 타인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고 또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한다면 그 또한 나눔봉사가 아니겠는가.

혈우병 환자가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있을까 반문하는 지인들도 적지 않으나, 뇌사 시 기증하는 것이므로 비혈우인들의 장기기증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장기기증운동본부측의 설명이었다.

의외로 신청절차는 복잡하진 않았다. 홈페이지를 통해 본인인증절차와 기증하고자 할 항목을 체크하여 입력하면 10일 내에 우편을 통해 기증카드와 스티커가 함께 도착한다. 기증카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스티커는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등에 부착해두면 된다.

물론 실제 장기기증 실행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은 내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중일 것이고, 가족들의 선택에 의해 최종 결정되게 될 것이다. 다만 나는 평소에 내 장기기증 의사를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좋은 의지를 주변사람들에게 계속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신분증에 부착 가능한 작은 스티커(상단)와 기증카즈(하단)

지난 한 해, 573명 뇌사자의 장기기증으로 새로운 희망이 전달되었고 해가 갈수록 의료기술이 발전해 이식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 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2만여 명인 것에 비하면 아직까진 부족한 숫자지만 기증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 각자의 인생을 살고 다시 되돌아간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처럼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 없다면 장기기증 신청을 통해 미래에 대한 나눔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지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사후기증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바라본다.

[채규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