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현숙(새누리당) 의원은 23일 “결핵백신(BCG백신) 국산화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 지은 공장이 1년 이상 제 기능을 못하고 위탁사업자인 녹십자의 다른 제품 생산에 전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 공장이 BCG백신이 수익성이 없음을 감안해 다른 제품도 생산할 수 있도록 계약이 돼 있는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7년 국내 BCG백신 생산이 중단되자 국산화를 위해 녹십자를 위탁사업자로 선정, 87억원을 지원해 지난해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그러나 BCG백신 공장은 지난 2008년 대한결핵협회가 덴마크 SSI사와 균주 이전 협상을 종균 확보에 따른 협상을 진행했으나 기술이전료와 로열티 등을 이유로 결렬돼 제품 생산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SSI사의 제안으로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로부터 다른 종균을 들여와 BCG-Korea를 개발하기로 결정했으나 당장 균주를 들여와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개발 과정에서 추가로 32억원이 소요되며 이 실험이 언제 마무리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녹십자의 타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BCG백신 공장은 잘못된 행정과 업무추진으로 자체적으로 백신을 생산하지도 못하면서 혈세 87억원을 들여 민간사업자의 배만 불려준 셈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녹십자 한 관계자는 “BCG백신 공장 사업은 수익성이 없어 다른 제품도 생산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시설에서 일부 임상시험용 시제품을 만들기는 했지만 상업용 완제품을 생산한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또 선진통일당 문정림 의원도 해당 사업이 연구 인력 확보나 배치 등 사전 계획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핵연구원 인력 및 업무 현황에 따르면 ‘국가 BCG 백신 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사업’의 핵심인 ‘BCG-Korea’개발 전담 연구 인력은 결핵연구원 연구개발부 연구원 19명 중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결핵협회 및 결핵연구원의 관리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 의원은 “결핵협회를 포함한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는 조속히 BCG 백신 개발 업무에 부합한 결핵연구원의 인력 적정성 검토와 함께 인력확보 및 배치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녹십자는 앞서 열린 국감에서도 ‘적십자사 NAT(NAT, Nucleic Acid Amplification Test) 장비 및 시약 도입’과 관련해 납품비를 부풀려 사업을 수주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학영(보건복지위원회, 경기 군포) 의원은 지난 15일 적십자 국감에서 “적십자가 지난 4월 핵산증폭검사노후화 장비 교체사업을 통해 중앙, 중부, 남부 등 3개 혈액검사센터에 설치할 장비와 향후 5년간 구입할 시약을 885억원에 구입하면서 경쟁업체보다 204억원 비싼 녹십자사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적십자가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의 NAT 사업에 두 곳의 업체가 입찰에 응했고, 가격의 큰 차이를 넘어 80점 만점의 기술평가에서 78점을 받은 녹십자가 69점을 받은 로슈사를 제치고 납품 업체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10월 15일 적십자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10명의 기술심사위원 전원이 동일한 항목에서 동일하게 9점의 차이를 준 이유가 무엇이냐”며 “입찰기준과 심사항목을 정할 때 문제점이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십자사의 장비 교체 사업은 2004년 도입한 장비의 노후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공급사인 녹십자와 로슈에사가 더 이상 시약을 공급하지 못한다고 통보한 바에 따른 것으로 적십자사의 구매력에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NAT 장비와 시약과 같은 분야는 적십자를 포함한 국가 책임 하에 개발과 생산을 추진해 현재와 같이 독점적 외국 기업들에게 중요 계약을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난 2004년, 2008년 도입한 장비들을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교체해야 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NAT 장비의 구매를 대행한 녹십자MS 서승삼 대표는 “6대4로 노바티스 점유율이 높은데 적십자에서 안전을 철저히 해 선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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