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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우 교수 "혈우병치료, 정부역할 강화돼야"한국혈전지혈학회 유철우 이사장 인터뷰
김태일 유성연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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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9  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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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대 소아청소년과 유철우 교수(한국혈전지혈학회 이사장)

우리나라 중부권 혈우병치료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혈우병 전문의 중 세대적으로도 '허리' 역할을 맡고있는 의사, 누구일까? 혈우사회 많은 이들의 머리 속에 이의 없이 '유철우'라는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한국혈전지혈학회 이사장을 연임하고 있는 유철우 교수(을지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의료관계자와 의료인의 교육을 위한 혈우병 교과서 '혈우병과 선천성 출혈질환'의 집필을 마치고 지난달 22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전까지는 의대생들이나 일선 의사들도 혈우병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선 외국 저서와 개별 논문에 의존해야만 했지만 유철우 교수의 노력으로 임상현장에 근거한 구체적이고 깊이있는 교육이 가능해진 것이다.

선선해진 가을의 한복판인 10월 6일, 유철우 교수를 을지대병원 교수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아래는 유철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얼마 전 출판기념회를 가진 '혈우병 교과서'의 집필배경과 과정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유철우 교수

첫째는 오랜 기간 국내 혈우병 치료가 이루어져 오는 동안 혈우병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 외 현장 의사들이 질환을 잘 몰라서 혈우환자나 보인자들에게 의도치 않게 실수를 많이 해왔다. 의과대학에서부터 혈우병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왔기 때문인데 희귀질환이라는 이유로 체계적인 교육이 도외시 되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사실 '폰빌레브란트인자 결핍' 같은 경우 전 인구의 1%가 해당될만큼 유전성 출혈질환은 대중적인 발병률을 보이고 있고 8, 9인자 결핍도 이제 진단이 비교적 잘 되고 있어서 의사가 평생 한 두 명의 선천성 출혈성 질환 환자는 반드시 만나게 된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정확한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의대에서 가르치는 사람에게나 배우는 학생에게나 한글로 된 교과서가 절실했다.

막상 집필에 들어가니 내용의 양과 깊이가 상당했다. 혈전지혈학 뿐만 아니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심지어는 정부정책을 포함한 사회적 치료체계 등도 담아야 해서 엄두가 안났는데 다행히 2011년 '혈우병지침서'를 낼 때 여러 전문분야의 교수들이 도움을 준 게 바탕이 돼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혈우병 분야가 워낙 빠르게 최신정보로 업데이트 되다보니까, 내려고 하면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고 또 새로운 소식이 들리고...(웃음) 도대체 언제까지 업데이트해서 출판하나 계속 교정보고 있다가 올해 올란도 세계혈우연맹 총회에서 발표된 자료까지 반영해 눈 딱 감고 내게 되었다. 대부분 교과서라는 것도 5년마다 한번씩 바뀌어야 되니까 5년 후 두번째 출판을 염두에 두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계속 자료를 모으고 있다.


Q. 출판 이후 반응은 어떤까요?

나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 잘 모른다.(웃음) 아직까지는 여러 곳에 기증해 나가고 있는 중이고, 각 의과대학의 혈액종양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 관련있는 학과에서 가르치는 교수들 손에 하나씩 다 들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식이란 건 현재의 사람들만 소유하는 게 아니라 후대에 전해질 때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혈우병 치료가 전해졌으면 한다. 학과별 학회라던지 의료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고, 몇 달 정도 반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지난 9월22일 혈우병 교과서 '혈우병과 선천성 출혈질환' 출판기념회 기념사진 ⓒ헤모라이프 자료


Q. 최근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소식은 어떤 것이 있나요?

임상시험 진행되는 치료제는 워낙 여러가지 있고, 관심가질 만한 것 중 하나는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해서 미국계 회사와 함께 국제임상을 추진하는 9인자 치료제가 있어 우리 병원에서도 진행 예정에 있다. 개발에 이어 한국을 포함한 국제임상까지 추진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도전정신을 높게 살 만하고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방식 모두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환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될 것으로 본다. 10월 중 임상 허가가 완료되면 전국 3~4개 병원에서 진행할 예정인데 9인자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환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Q. 오랫동안 혈우환우를 치료해 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들이 있다면?

환자들도 있지만 먼저 떠오르는 건 환자 엄마들이다. 치료환경이 안좋았던 시절, 남이 보면 억지스럽기도 했겠지만 자식 위해서 절절한 심정으로 뛰어다니던 그분들 보면서 나도 마음을 더 냈던 것 같다. 대전에서 혈우병 치료 좀 해달라고 찾아왔던 충남지회 전 지회장 구석본 어머님도 그랬고, 그분들 아니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나. 엄마들의 대부분이 보인자여서 자신들도 출혈경향을 겪기도 하고 출산때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자궁을 적출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본인 걱정보다 자식 생각에 헌신하는 어머님들 생각하면 혈우병 치료를 열심히 안할 수 없다. 이제는 치료 뿐만 아니라 가족 내 병에 대한 이해도 많이 높아져서 엄마들이 가정 내에서 죄인 취급을 받거나 하는 것도 없어지고 아빠들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함께 나서고 하는 모습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딸이 보인자인 걸 시댁에 알리지 않고 시집 보냈다가 남자아이를 임신해서 환자 가족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일도 있었다. 친한 환자 중 한 명은, 집에 혼자 있다가 뇌출혈이 와서 쓰러졌는데 동료 혈우환자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도 이 친구가 전화도 안받고 안오자 집으로 찾아갔다가 쓰러진걸 발견해 우리 병원으로 급히 연락해 살려낸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회복해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데, 이 환자의 친누나도 여성혈우환자였고 앞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바 있어 이 친구가 정말 기적적으로 살아나 준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 설명하고 있는 유철우 교수(좌)와 경청하고 있는 유성연 기자, 김승근 주필, 코헴 충남지회 박한진 지회장


Q. 우리나라 혈우사회에서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0년동안 계속 느끼고 특히 다른 나라 학회 같은 데에 다녀오면서 느끼는 건, '한국 혈우병 치료에서 정부 역할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에서 1년에 1500억 이상 쓰여지고 있는데 혈우병 관리를 민간 차원에만 맡겨놓고 정부가 너무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심지어는 해외 학회에 내어놓을 수 있는 혈우병에 대한 공인된 국가 통계조차 없다보니 외국에서 '혈우병 치료가 꽤 발달했다고 하는 한국이 왜 저렇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있다.

▲유철우 교수는 '혈우병치료'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높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혈우사회에서 기본적인 표준시스템으로 꼽고있는 '혈우병치료센터'조차 국내에는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바로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종합병원에서 혈우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고가의 치료제를 쓰다보면 병원 평가에도 불리한 면이 생기고 심평원 통해 '보험급여 삭감'이라도 한 번 당하면 병원은 휘청할 수밖에 없고 공들여왔던 시스템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많은 혜택이 주어지진 않더라도 보건당국이 지역별로 거점병원을 지정해주고 그 병원에서만큼은 삭감 없이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정해주면 환자들도 믿고 그 병원을 꾸준히 이용하게 되며 정부는 그런 지정병원을 통해 혈우병에 대한 국가적인 통계를 집계해 더 나은 치료체계를 계발하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있다.

이런 의견을 제시하면 정부에서 앵무새처럼 하는 말이 있다. "수백가지 희귀질환 중에 어떻게 혈우병만 특별대우를 해주나"라는 건데, 세계적으로도 혈우병 관리는 다른 희귀질환과 구분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특수성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명확한 치료방법이 있고 빠르게 발전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조금 만 더 신경을 쓰면 혈우인도 일반인과 똑같이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정병원에 전담 간호사 한 명을 채용할 수 있는 정도의 재정지원과 일년에 몇 차례 환자교육과 학술세미나 등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희귀질환 치료에 나서는 병원들에게 병원 평가 시 약간의 가산점만 주더라도 혈우병환자들의 치료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 혈우병교과서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유철우 교수

Q. 10년 후 혈우병 치료를 예견해주신다면?

10년은... 조금 길고(웃음) 5년 내에 혈우병 치료의 편의성이 많은 부분 개선될 거라고 본다. 현재 아주 효과적인 치료인 예방요법도 정맥주사로 자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현재의 여러 임상시험들이 좋은 성과를 낸다면 조만간 피하주사로 반감기가 긴 치료제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유전자치료는 아직까지 한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연구가 계속 좋은 성과를 보인다면 9인자에 대해서는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한다.

올해 WFH총회에서 선진국은 약을 충분히 쓸 수 있으니 반감기 연장제를 주로 쓰는 방향으로, 후진국은 재정이 충분치 않으니 유전자치료 위주로 나가자는 의견도 발표된 바 있는데 그건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고, 그만큼 치료의 폭이 넓어지고 첨단화되었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이라고 본다.


Q. 한국 혈우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와 환우들에 대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유철우 교수 약력>

* 1961년 2월 23일 대구 출생
* 1982년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공학사
* 1990년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의학사
* 1996년 소아과 전문의 취득
* 1998년 소아혈액 및 종양학 전임의 수료, 아산병원
* 1998년 의학박사학위 취득
* 2002년부터 현재까지 을지대학교의과대학 소아청소년학과 교수
* 현 한국혈전지혈학회 이사장
* 현 한국코헴회 의료고문

인터뷰에 응해주신 유철우 교수님, 그리고 함께 자리해 주신 박한진 지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촬영. 오른쪽부터 유철우 교수, 박한진 코헴 충남지회장, 유성연 기자
▲ 유철우 교수의 인터뷰 영상을 담고 있는 모습

[헤모라이프 김태일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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