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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혈우사회 속 ‘악의 평범성’에 대해
김승근 주필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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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19  04: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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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것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비슷한 범위의 뜻으로 ‘공정’하고, ‘공평’하고, ‘정의’롭고, ‘참된’ 것 등은 일맥상통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각각 의미하는 것은 차이가 있고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의 말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 혈우사회의 ‘정의’는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것과 상대가 바라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 혈우사회 속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자신의 소임(또는 역할이나 임무)을 충실히 이행하며, 나아가 소속된 그룹으로부터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악을 행하게 된 이들. 역사적 심판을 피할 수 없었던 이들. 우리 혈우사회 속에 이런 이들은 없을까.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은 미국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독일 나치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Karl Adolf Eichmann)의 재판 과정을 담아 낸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언급됐던 이야기이다. 우리는 나치에 의해 600만 명의 유대인들이 학살된 홀로코스트를 잘 알고 있다. 여기서 ‘아이히만’은 학살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 중 한사람이다.

그는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최대한 많은 유대인들을 죽여야 하는 국가적 임무를 맡았다. ‘아이히만’은 국가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이런 ‘아이히만’은 과연 사악한 모습을 띤 괴물이었을까? 그러나 오히려 그는 매우 평범했고 가정적이었다. 더구나 그를 진찰한 여러 명의 정신감정 의사들은 그를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충격이었다. 사악하고 포악하고 괴물과 같은 정신이상자일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저 이웃집 착한 아저씨였다는 점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이히만’은 주어진 자신의 일을 충실하고 유능하게 처리했지만 그 결과로는 그가 열심히 일하는 만큼 비례하여 희생자는 늘어나는 것이었다. 이렇게 ‘악의 평범성’에 이르게 된다.

우리 혈우사회를 비춰보면서 혈우사회 관련 보건당국 공무원들이나, 의료진, 또는 제약사의 직원들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들 등 자신의 임무와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자신의 충실한 임무 수행으로 인해 ‘악의 평범성’에 빠져서 누군가는 아파야하고 힘들어야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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