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피니언
혈우병 피하주사, 비상식적 기준으로 환자를 가르지 말아주세요.[칼럼] 혁신치료제를 기다리는 항체환아 가족의 바람
임시환 엄마 배한애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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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7  20: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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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환이(좌)와 서율이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금천구에서 서율, 시환 사랑스런 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 배한애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난치성 질환인 혈우병 치료에 큰 어려움이 있어 호소하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환이가 7개월 되었을 즈음 본격적으로 기어다니고 보행 보조기구를 태웠는데 가슴, 배, 발등에 멍과 멍울이 생겨 심상치 않게 여기던 차에 다니던 소아과에 갔더니 대학병원에 가 혈액검사 할 것을 권유받고 검사 후 혈우병임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 이유없이 몸 곳곳에 멍이 생겨 혈우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11개월부터 혈우재단에서 애드베이트로 주 2회 예방을 시작했는데 출혈이 잦다 보니 주사를 맞는 날이 많았는데 예방을 시작하고 3개월 채 되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 예방 효과가 없고 관절 출혈이 더 자주 생겨서 혈액검사를 다시 해보니 ‘항체’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혈우병 항체’란, 몸이 응고인자제제를 외부물질로 인식해 약효를 억제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더이상 일반 치료제는 쓸 수 없게 되고 항체환자용 특수제제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출혈 시 거주지 부근에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아이스팩과 붕대로 냉찜질한 후 우는 아이를 태우고 1시간 정도 운전해서 전문병원까지 가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어린 아기이다 보니 살은 통통한데 혈관이 없어서 발등까지 샅샅이 찾는데 전문 간호사분들도 정맥주사 놓기가 어려워 여러 번 찔러야 했습니다. 최대 여섯 번까지 맞은 적도 있습니다.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주사를 맞는데 혈관을 찾다 또다른 출혈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성공해도 항체가 있어 약효가 유지되는 시간이 짧고, 가장 큰 문제는 일회성이 아니라 평생 이런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었습니다. 예방일이 법정 공휴일일 때는 응급실에서 다른 긴급환자들과 같이 진료를 보는 통에 빠른 시간 내 주사를 맞고 출혈을 막기란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수술적 부담이 큰 케모포트도 고민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 발등 혈관을 찾아 여러 번 찌르고 감당할 수 없이 출혈로 이어지기도..

헴리브라는 익히 기사나 카페를 통해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성인만 맞을 수 있다기에 낙담하던 차에 중외제약에서 어린 항체 환우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며 세브란스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헴리브라 이후 저희 가족에게는 믿기지 않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유는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출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정에서 제가 직접 주 1회 피하 주사를 놔주며 어린이집도 다니고 여느 다른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미끄럼틀도 그네도 즐겁게 탑니다. 보통의 아이들에게는 별일 아니겠지만 저희 가정에는 너무도 큰 변화입니다.

1) 빈번했던 관절 근육 출혈 단 한 번도 없음
2) 병원 진료 횟수 및 시간 감소 (자가 피하주사 주1회 5분 이내)
3) 정맥(혈관)주사로 부터의 고통, 스트레스 사라짐
4) 가족 모두 긴장 불안 우울감 해소됨
5) 환아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 삶
6) 휴일 병원 진료가 어려울 때 자가 주사로 해결됨

▲ 행여나 부딪힐까 온 집안을 저런 쿠션으로 도배해 키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헴리브라(피하주사)는 항체, 비항체 환우를 떠나 모두, 특히 어린 아기들에게 너무나 절실한 주사입니다. 주사 효과는 물론 주입방식 역시 획기적이고 기존과는 다르게 출혈이 생기지 않아 확실한 예방요법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헴리브라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환자들이 치료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며 불필요한 기준 때문에 그간에 이뤄놓은 혈우병 치료의 퇴보와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출혈이 생기면 누구나 똑같이 아픕니다. 연령과 체중, 항체 비항체 구분, 보험급여 기간, 원내처방, 지방은 소외된 수도권 중심의 치료환경 등 비상식적이고 납득이 안되는 기준은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우리 혈우사회는 오래도록 이런 피하주사를 기다려 왔습니다. 급여기준이 완화되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간절히 호소합니다.

▲ 정맥 찾을 필요 없이 허벅지에 찔러 피하주사할 수 있는 헴리브라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신약이 나올지 무척 기대되고 설레는데, 발전하는 의료환경에 대비해 환자 스스로가 또는 보호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환자가족간에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준비해야 합니다.

신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입견을 갖지 말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전문의와 보다 긴밀한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혈우사회 역시 서로 소통하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힘쓰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참 중요한데 그 중심에 헤모필리아라이프가 있어서 든든하고 이런 기회를 주신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가족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면 혈우사회 미래도 밝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건당국은 헴리브라 급여기준을 기존 정맥주사 급여기준과 비교하여 면밀한 조사하고 공정하게 검토하기 바랍니다.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내세워 아픈 아이들이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예방적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어린 항체 환우들에게 헴리브라를 무상 제공한 중외제약의 도의적 윤리적 배려에 응원과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약업계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환자와의 신뢰와 발전된 관계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우리 시환이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이고 강합니다. 우리가 늘 생각하는 ‘대신 아파줬으면’하는 그 마음으로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그 어떤 사소한 고민이라도 허심탄회하게 내어놓고 답을 찾으면 해결방법이 있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비슷한 또래나 먼저 겪어본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기를 바랍니다. 걱정이 많으면 아이를 보고 환하게 웃어줄 수가 없습니다. 시환이가 혈우병임을 알았을 때 또 항체를 얻은 후 환자단체와 혈우하우스 카페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소중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치료환경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와 교육 당국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하셨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어린 아기의 면역력은 약하기 때문에 병원 방문이 참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출산 시대에 이미 태어난 난치 환아들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부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희망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서율이 시환이 건강하게 커 나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임시환 엄마 배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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