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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곡성'혈우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두번째
이강욱 객원기자  |  webmaster@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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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2  23: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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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욱 객원기자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잘 모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내 수의근(눈, 손 등)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대신 불수의근(심장 등)이 대신 요동치고 뜨겁게 저항하는 것 아닐까 싶다. 모든 치료중에 치과가 제일 무서운 이유가 ‘보이지 않아서’, ‘내 입속에서 의사가 굴착기 같은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얘기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어릴적 주사 맞을 때 엄마는 왜 “보지마 눈 감아”라고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좀 원망스럽기도 하다. 난 사실 눈 똑바로 뜨고 내 정맥에 주사바늘 꽂히는 걸 보는 게 훨씬 덜 무서웠는데..ㅎㅎ

2008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나홍진 감독의 작품 ‘추격자’에서 하정우의 섬뜩한 살인마 연기와 김윤석 특유의 쫓는 연기로 추격자는 대흥행을 하였고 그로 인해 나홍진 감독은 인기감독 대열에 오른다. 그 후 2010년 나홍진 감독은 ‘황해’에서 다시 한번 하정우와 김윤석의 조합을 선택하였고 추격자와는 다른 차원의 액션 스릴러를 만들어냈고 이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추격자와 황해 단 두 작품으로 충무로의 떠오르는 감독 반열에 오른 나홍진 감독이 무려 6년만에 새 작품으로 돌아왔다. 개봉 전부터 황정민, 곽도원, 천우희 등 각자 개성이 강하며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곡성. 그럼 지금부터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영화평을 써보도록 하겠다.

이미 보신 분들과 안보신 분들도 충분히 곡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았던 관객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추리를 떠올려 sns로 올려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있고 안 보신 분들은 연예뉴스를 통해 마블의 야심작 ‘시빌워’의 기록을 개봉 첫 주에 넘어섰고, 칸영화제에 출작하여 이미 세계에서 관심받고 있단 것을 알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이토록 인기가 많은 것일까?

첫째. 나홍진 감독만의 관객 조종 법

▲ 나홍진 감독(좌)

2008년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모티브로 한 추격자가 개봉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 스토리에 감탄하며 그 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범인과 그 범인을 쫓는 주인공에 대해 적절히 서로의 시선을 보여주며 증거가 분명히 있는데도 번번히 놓치게 되는 부분은 이번 곡성에서도 충분히 보여준것 같다. 특히나 추격자에서는 마지막을 위해 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슈퍼마켓 신은 이 영화의 퀄리티를 높여주었던 것 같다.

▲ 나홍진 감독의 전작 '추격자'

또, 배우 하정우와 김윤석을 흥행배우로 올려놓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황해라는 작품에서 나홍진 감독은 김윤석, 하정우 카드를 한 번 더 쓰게 되는데 황해는 추격자와 반대로 하정우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위험한 일을 하게 되고 김윤석은 그런 하정우를 궁지로 몰아넣는 역을 한다. 추격자 때와는 캐릭터가 뒤바뀌는 셈이지만 일맥상통하는 점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위험한 일을 겪으며 단서 하나하나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곡성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보이지는 않지만 단서가 하나둘씩 생기고 확신이 확실로 변하고 또 정반대로 이어지는 부분에 있어 관객들에게 혼란과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지만 이야기를 나눠본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 영화 '황해'에서 다시 만난 김윤석과 하정우

둘째, 나홍진 감독은 전작들과 같이 관객들에게 많은 의구심과 함정을 통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황해 같은 경우도 영화가 끝난 후 네티즌들이 나홍진감독의 의도 연출력 등 추리하여 게재했었으며 이번 영화 역시 개봉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영화 내 궁금증을 자아냈던 부분, 또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추리해 내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영화를 관람했던 사람 마음이지만 이 또한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닌가 싶다.

셋째 역시 믿고 보는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곽도원은 그동안 주로 악역을 많이 하며 악역전문배우라 불리기도 했지만 이번 곡성에서만큼은 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역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 동안 악역을 해왔던 내공이 있었는지 의심이 되는 사람들을 쫓거나 분노 슬픔을 표현하는 부분은 가히 연기력이 ‘폭발’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리고 황정민은 처음엔 비중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며 영화를 곱씹는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또 메인 포스터를 다시 보는 순간 소름이 돋으며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외 천우희, 장소연 등 맛깔나는 연기력을 보여주었지만 곽도원의 딸로 나온 김환희 아역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나이에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역할을 잘 해낸 것 같다. 정말 마치 귀신에 홀린것처럼 화내는 연기와 고통에 아파하며 우는 모습 등은 영화의 반전만큼 인상깊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드는 생각은, 영화 속 끝까지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마주하고 싸워내는 것은 누구든 고통스럽고 자아분열의 벽에까지 부딪히는 일이겠으나 적어도 현실에서 우리의 ‘어두운 면’이었던 이 혈우라는 친구와 마주하는 것은 더 이상 두려운 일이지 않게 되었다는 공동의 안도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직도 원인조차 알지 못하고 정확히 진단도 어려운 희귀난치질환이 수 천 종에 이른다고 들었다. 그에 비하면 혈우병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에게 많은 자기의 신상정보를 공개했고, 치료기술도 지원체계도 탄탄히 자리매김 해 왔다. 두려워할 것은 오히려 너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또는 약에만 의존하는 우리의 잘못된 자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기에 우리에겐 아직 함께 모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자만을 뒤돌아보고 치료를 넘어서 실질적인 삶의 격이 높아질 수 있도록,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해낼 수 있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연대하고 그런 힘을 우리보다 더 열악한 곳으로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곡성이 개봉되고 의견은 분분하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해할 수 없다, 유주얼 서스펙트 같다… 하지만 감상 자체는 개인의 취향이며 몫이고, 재밌는 것은 호던 불호던 그러한 의견이 모이고 모이는 만큼 영화를 안본 사람은 자신 역시 판단에 참여하고 싶어 더 매표소를 향하게 만들고 나처럼 영화를 본 사람은 또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어 감독판(editor’s cut)을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역시 ‘사람’을 끌리게 하는 것은 ‘모여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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