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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 끊임없는 논란 ‘혈우병 임상’
김승근 주필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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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31  05: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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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혈우병사회는 신약 임상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혈우병 신약 치료제의 임상은 환자 치료의 ‘옵션’이 늘어난다는 기대감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교차한다. 그러나 국내의 분위기는 ‘우려’보다는 ‘기대감’에 힘이 실린 듯 여러 후보약물에 대한 임상이 줄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국고탈락자(희귀난치성질환의료비지원)’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임상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로는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임상을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정의로움(?)에 있다. 그러나 임상에 참여하면서 지급되는 연구사례금 부분도 임상 참여자들에게는 적지 않게 고려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하간 이렇게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임상약품의 ‘안전성’은 ‘기존 치료제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기회가 닿으면 임상에 참여하고 싶다’는 환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한번쯤 깊게 생각해 봐야 할 ‘우려’부분이 있다.

최근 한 임상 약물에서 혈전(피가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응고되면서 혈관을 막는 현상 등)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됐다. 이에 해당 임상약물은 즉각 투여를 중단하게 됐고 이 치료제에 대한 임상연구는 잠정 보류됐다. 신약 임상은 단계별로 1상, 2상, 3상을 거쳐 시판하게 되는데 높은 단계로 진행되면서 안전성이 조금씩 개선된다. 따라서 가장 위험한 단계는 1상 임상이다. 물론 모든 임상은 다양한 동물임상과 식약처의 안전성 확보 등을 거쳐 국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는 과정을 밟는다. 그럼에도 위험요소가 가장 높은 것은 1상 임상이다.

따라서 임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의 임상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고, 연구자로부터 충분하게 설명을 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혈전이 발생한 임상 약물’은 글로벌 임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던 약물이었고 혈전 부작용이 발생된 사례는 우리나라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은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이기에 연구자의 높은 책임성과 참여자의 충분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기대를 모으고 진행됐던 한 임상은 ‘응고인자 항체’가 발생되기도 했다. 해당 연구는 조용히 종료됐지만, 생각해 보면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에게는 위험한 고비를 넘기게 되는 사례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혈우사회에서 임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논란 속에서도 임상이 진행되면서 일부 의료진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현재의 치료제로 충분하고도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왜 임상을 하는가)’라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정의감’이라는 것과 ‘책임감’이라는 것은 ‘미래 치료’에 대한 개선된 그 무엇인가가 담보되어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현존하는 치료제와 동등한 약물이라면 환자들의 ‘미래치료’에 큰 메리트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치료방법에서 확연하게 개선된 치료약물이라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 따라서 최근 진행하고 있는 많은 임상 후보약물은 현재보다는 개선된 것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혈관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방식의 약물이다. 또한 반감기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치료제에 대한 임상인데 환자의 주사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약물이다. 이 정도 되면 그 가치가 명확하다. 이런 약물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대’와 ‘우려’를 지닌 채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모든 임상을 끝내고 나면 국가에서 시판허가를 내주게 되는데, 이 단계까지 이르면 안전성에 대한 부분은 '국가에서 보장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출시에 이르게 되면 이제부터 환자들에게 처방이 시작된다. 오랜 기간동안 임상을 거쳐 이제 우리 환자들에게 다가온 치료제들이 있다. 임상약물이라는 ‘임시번호판(임상명)’을 떼고 드디어 정식 약품명을 달고 출시하게 된다.

식약처 시판허가를 끝내고 출시를 앞둔 JW중외제약의 피하주사방식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가 바로 그것이다. 곧 환자들에게 처방될 이 치료제는 먼저 식약처로부터 항체환자에 대해 허가를 마쳤다. 따라서 더 이상 안전성 논란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늘어났다는 것이고 매우 반길만한 것이다.

또한, 이밖에 다른 치료제들도 임상을 거쳐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헴리브라가 피하주사와 롱액팅이라는 장점을 겸비하면서 환자들에게 선점할 기회를 얻은 반면, 또 다른 방식의 치료제는 유전자 치료라는 ‘하이엔드’급 치료약물이다. 유전자 치료는 롱액팅을 넘어 단 1회의 주사로 ‘완치’를 바라보는 혈우병 치료법이다. 바이오마린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연구는 임상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약물을 간까지 운반하는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의 거부반응이, 많은 환자의 스크리닝(연구전 검사)과정에서 확인되면서 실사용될 수 있는 환자들은 현저하게 낮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게 됐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마린과는 다른 타입의 AAV로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다는 신촌세브란스 연구팀의 임상 약물에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 스크리닝 과정을 거쳐 최종 임상대상군에 포함될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새로운 AAV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아울러, 임상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노피젠자임의 피튜시란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튜시란의 임상은 국내 참여자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한국형 임상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많은 환자들이 참여하는 약물일 경우 연구 데이터가 많이 확보되면서 환자치료에 대한 편차범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국내 녹십자의 혈우병 신약 임상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피하주사 방식의 'MG1113' 물질은 ‘메인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여줄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로 손꼽고 있다. 다만 타사의 임상약물에 비해 더딘 임상연구가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 녹십자의 과감한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혈우사회의 신약 임상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후보 물질은 순차적으로 결과를 내놓게 될 것이다. 신약이 출시되면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들을 위시하여 공급이 되겠지만, 임상이라는 것이 그 과정만 거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 중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임상연구를 하다보면 목표를 충족하여 성공하는 확률보다는 결과물이 기대치보다 미비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혈우사회에 진행되고 있는 임상들 중 얼마나 많은 후보약물이 목표를 충족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는가에 대한 결과는 미지수이다. 더구나 환자들에게 치명적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모든 임상은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도 분명히 있다.

임상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이다. 임상 중에 무엇인가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을 경우 ‘그저 그렇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고, 임상에 대한 동의철회나 중단에 대한 과감한 결정도 필요하다. 그것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혈우사회의 ‘미래치료’에 대한 안전성 의무와 그 책임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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