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트남에 남아 있으라고? 그럼 혈우병 치료제는?국내 코로나 19 환자 급증, 혈우병 사회에도 영향 미쳐
황정식 기자  |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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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29  16: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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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729편이 베트남 측에서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착륙하지 말고 하롱베이 번동 공항으로 착륙하라고 통보하여 결국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 당국은 베트남 하노이에 한국발 여객기의 착륙 불가 방침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몇일 전에 통보한 바 있었지만 정확한 시기와 공식 절차 없이 아시아나항공기 착륙을 금지시킨 것이다.

▲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혈우병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착륙 금지 통보는 국내 혈우병 환자에게도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개인별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임을 자제하는 등의 자체적인 위생관리를 해왔지만 이제는 강제적인 조치로 발이 묶여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혈우병 환자의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을 맞게 되었다.

우선 당장 베트남에 가 있는 국내 혈우 환자나 베트남에 출장을 예정 중인 사람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적기가 베트남 공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베트남에서 국내로 돌아올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어느 한 공항을 기점으로 목적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항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가지 못했다는 것은 거기서 돌아와야 할 사람들을 태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베트남에 출장을 갔다가 이번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로 한국행 비행기가 베트남에 오지 못한다면 되돌아갈 방법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른 나라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탔다가 타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들어올 수 있지만 이미 전세계 71개국(2월 29일 기준)에서 대한민국 국적인의 입국을 금지,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 베트남 노이바이 공항, 이제 당분간 이 공항을 한국인은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혈우병 환자가 아니라면 국내 입국을 연기하는 등으로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혈우병 환자에게는 그 의미가 남들과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혈우병 치료제는 해외에 있는 동안 처방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출장에 필요한 약을 해외 나갈 시에 소지하고 가야 하는데, 국내 입국이 늦어지게 되면 처방을 받지 못하는 건 물론 가져간 약도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과 같이 혈우병 치료제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나라에서 발이 묶인다면 혈우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 혈우병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방문은 물론 외부 이동의 제한도 심각해지고 있다.

해외로 약을 배송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일단 혈우병 치료제는 전문 의약품에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약이기에 기본적으로 해외 배송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이번 코로나19 문제로 인하여 해외에 운반되는 약품들은 모두 검역을 거치고 있으며 압수, 반품 당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물론 혈우병 환자에게 치료제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보낼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실제로 현재 출장 차 두 달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나가있는 30대 혈우환우 정 모씨는 이번 베트남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로 회사 후속인력이 충원되기 어려워 출장이 4월까지 연장될 상황에 놓였다. 정씨는 한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을 통해 한국에 있는 치료제를 배송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 현재(2월29일) 전세계 대한민국 국적자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 상황, 여기에는 WFH가 열리는 말레이시아도 포함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적자의 입국 금지, 제한 조치의 또 다른 문제는 올해 열리는 2020 WFH 말레이시아 세계 총회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번 2020 WFH 총회는 6년만에 돌아온(2년마다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대륙을 순회한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총회로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국내 많은 인원이 방문할 예정이었다. 국내 혈우병 환자들도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WFH 총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지만 현재 말레이시아는 대한민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시키고 있다. 즉, 현재로서는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도 공항에서 머물다가 되돌아오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 아직까지 WFH 홈페이지에는 계획대로 세계 총회를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 사람들은 총회를 웹 상에서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아직은 WFH 홈페이지에 계획대로 WFH 세계 총회를 진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이 역시도 불확실하다. 현재 WFH 세계총회급으로 열리는 국제행사는 모두 취소된 상황이다. 년초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를 마지막으로 MWC, CP+ 등 내로라하는 국제 대회들이 모두 취소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이탈리아를 필두로(중국은 소강상태라고 하는데 그 역시 믿기 어렵다.) 전세계 판데믹(Pandemic, 전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현상이 일어난다면 WFH 총회라고 취소를 결정하지 않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만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전격 취소를 결정할 행사는 아니라지만 우리나라 말고도 이탈리아, 이란 등의 확진자 증가로 전세계 감염 유행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세계 각국이 대한민국 국적자의 입국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감염병 대응 최고 단계를 시행 중에 있으며 WHO는 아직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판데믹 수준까지 판단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상황과 같이 전세계 대유행의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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