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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을 위한 나라는 없다‘정해진 대로 흘러간다’는 안일한 생각은 파국으로 가는 것
김승근 주필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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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30  07: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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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틸컷. 안톤쉬거는 동전을 던져 상대의 운명을 결정한다.

동전을 던져 상대의 운명에 따라 살인을 결정하는 안톤쉬거, 그 행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혼돈과 비논리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1980년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각색해 만든 코엔 형제의 대표적 작품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행동, 그리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철학적 의미로 해석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시대, 그리고 경제논리와 자본주의, 결국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영화 제목에서의 ‘노인’은 ‘늙은이'라는 뜻보다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겠지라며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순리’라는 의미를 ‘긍정’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무관심이고 무관심으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는 매우 비참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알아서 잘 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국 나보다 못한 자에게 지배를 당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다. 그 결정에 따라 상황은 많이 바뀌고 우리의 몫도 달라지게 된다. 물론 나의 몫을 다른 이에게 맡겨 결정을 위임할 수 있다. 미뤄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통해 내가 받게 될 성적표는 매우 억울하거나 난감할 때가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을 때, 나아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을 때 그 결과는 고스란히 내가 책임지고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사회는 매우 냉정하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론하지 않으면 ‘당연히’ 돌아올 우리의 몫을 가져 올수 없다. 그뿐 아니라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던 것도 빼앗길 수도 있다. 적어도 한번쯤 ‘관심’만 가졌어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늘어나는 복지예산, 줄어드는 혈우사회”

▲복지부의 예산추이

최근 10년간 복지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우리 혈우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늘어난 복지예산 만큼은 아니라도 적어도 뭔가 개선된 것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국가 의료비 지원 사업에서 탈락되는 환우들이 늘어나고, 치료를 방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환우회 모임도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독거환우들의 생활패턴도 개선되지 못하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과거에도 그랬으니’라는 말로 그냥 치부해 버린다면 우리 혈우사회는 제자리걸음도 아닌 뒷걸음질 하는 모양새이다.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하겠지’, ‘내 일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방치한다면, 그 그림자가 어느 사이엔 당신도 우리도 언젠가 삼킬지 모른다. 관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마치 우리 몸을 돌보듯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2-3일 지나면 한 번씩 예방요법을 하듯 말이다. 사용하지 않은 근육은 쇠퇴해버리고 결국 목발이나 휠체어에 몸을 맡겨야 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재단이나 제약회사가 환우의 입장을 대신해 줄 수 없다. 각기 그들은 그들의 역할이 있고 한계가 있다. 중요한 역할이 환우회에 있고 그 중에서도 각 지역 지회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에서 지리적 가까움은 대면활동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회는 그 어느 곳보다 환우들의 개별접근이 용이하다. 이것은 지회의 역할 중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지회의 운영 방식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관심 없는 자들에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우선 각 환우들이 스스로를 돌보듯 각 소속지회의 운영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반면 지회 역시 지회에 관심을 갖도록 환우들에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혈우병을 위한 지회는 없다?”

이렇게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면서 혈우사회를 떠나보내게 해서는 안 된다. 끌어안아야 하며 관심거리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것이 지회의 역할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알아서 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일 뿐 아니라 밀어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따가운 비판이 있더라도 공동체를 지켜가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이 지회의 역할이다.

지회의 역할 중 가장 큰 역할은 ‘모이기에 힘쓰는 지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역할을 나누고 힘을 보태며 모이기에 힘쓸 때, 비로소 그 빛이 드러난다. 함께하며 돕는 자를 세우고, 비판이 아닌 칭찬으로 상대를 격려해야 한다. 우리는 출혈부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출혈됐다고 해서 출혈부위를 원망하며 자극만 준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 몸을 해치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것처럼 출혈부위를 감싸 안아야 하다. 주사를 맞고 얼음찜질을 하며 붕대도 감아주고 심장보다 높이 치켜세우기도 한다. 지혈될 때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지금, ‘우리 지회’가 출혈 중인지도 모른다. 함께 나서서 출혈부위를 감싸주고 지혈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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