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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무비필> 우디, 토르, 류현진신화를 버릴 때 얻는 것...[토이스토리4]를 보고
김태일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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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3  16: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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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돌아온 토이스토리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장난감들의 첫 주인인 앤디는 이제 어디선가 사회의 쓴맛을 보고 있을 것이고, 두번째 주인 보니가 학교에 들어갔다. 작품 내에서의 시간은 훨씬 천천히 흘렀지만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처음 나온 게 1995년이니까 24년 동안 현실세계의 우리들은 꽤 많은 나이를 먹었고 삶의 무게와 책임 앞에서 쪼그라들었다. 어떤 의미에선, 그래 '꼰대'가 됐다.

시리즈를 몇 년씩 푹푹 묵힐지언정 메시지와 완성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시리즈와 함께 나이들어 온 우리 꼰대들에게 '괜찮다 괜찮다' 메시지를 던져주는 세월의 영리함에 끄덕여진 고개였다.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설명을 위해 '장난감'이라고 했지만 그는 이미 인격체다)는 전 시리즈에 걸쳐 '홈 지향적' 캐릭터이자 리더다. 사고로 주인과 멀리 떨어지게 됐을 때도, 옛 명성을 찾아 박물관 행 유혹에 빠졌을 때에도 우디는 항상 친구들을 이끌고 '집으로'를 외쳤고 그렇게 무사히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영화 초반, 우디가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바른 생각, 이타적인 행동에 집착하기에 '디즈니의 강박'에 갖히는 건 아닌가 했는데, 그런 올바름을 빗겨가는 결말이어서 좋았다. 스포가 되겠지만, 우디는 포크 나부랭이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옛 (여자)친구 보핍을 만났고 집과 주인 외에도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평생 곁을 지켜주는 것도 의미있지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 또한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꼬였던 일이 마무리되고, 결국 우디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대신 사랑하는 보핍 곁에 남는다.

▲ 우디와 보핍. 경찰 이름까지는...모르겠다.

철학의 가장 높은 발전단계는 자신에 관한 신화를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했던가. 어렵게 갖다붙일 필요 없이, 이제까지의 나와 내 삶만이 온전하게 '나'라는 생각에 갇혀있을 때 생활은 팍팍해지고 피곤해진다. 남의 눈을 의식하게 되고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힘든 선택일지라도 지금까지의 자신을 놓아주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것은, 좋고 나쁨을 떠나 응원받아 마땅한 일이다. 고민하던 우디 곁에 남긴 버즈의 한마디는 멋짐 대폭발이었다. "괜찮을거야. 우리 말이야."

행복한 우디의 선택을 보면서 두 명이 겹쳤다. 하나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토르,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였다.

토르는 1500살 먹도록 패배를 모르던 천둥의 신이었지만 '인피니티워'에서 타노스에게 처음으로 무참히 깨졌다. 졌을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잃었다. 그리곤 '엔드게임'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뚱르'로 돌아온 것. 아무 것도 못 해낼 것 같았던 그를 다시 깨어나게 한 건 어머니와의 재회였다. 실패에 괴로워 하는 토르에게 "넌 인자 다른 사람들과 같아진거여~ 진짜 니 모습으로 니가 원하는 걸 혀"... 토르는 망치를 다시 잡을 수 있었다.

▲ '엔게' 토르와 류현진의 공통점은? 어헛! 그거 아니다...

한 달 반 전까지 류현진은 세계 최고의 야구리그에서 '1점대 방어율'이라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당연히 한 시즌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싸이영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고, 자유계약을 앞둔 그에 대해 천문학적 몸값을 예견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추락은 순간이었고 최고 영예에 대한 기대는 아프게 꺾였다. 팀 내에서도 최고승수와 포스트시즌 1선발 자리를 내주었다.

어쩌면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빅리그 투수의 말도 안되는 활약을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없이 높아지기를, 그래서 미국인들이 '리스펙트!'하는 눈빛으로 한국을 바라봐 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아무리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선수들이 활약해도 우리 눈엔 그저 빅리그 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류현진에게 거는 국의선양의 기대와 책무는 너무도 무겁고 틀에 박힌 것이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류현진은 묵묵히 자신과 동료들의, 즉 다저스 팀의 야구를 해나간다. 토르맘의 말처럼 다른 선수들과 같아진 것이다. 여전히 훌륭한 2점대의 방어율을 지키고 있고, 다저스 단 하나의 숙원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팀은 익숙한 것들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고 즐거운 야구를 하는 데에 '동양인 최초의 싸이영상 수상' 같은 타이틀은 꽤나 민족주의적인 집착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봐라, 우리가 집착을 버리니 류현진도 7년만에 첫 홈런을 때려내지 않았는가! 토르도 엄마의 마지막 말을 새겨들었다면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을테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으로 새로운 모험을 떠났다. 둘은 더이상 신화 속에 갖혀있지 않아 보기 좋다.

마지막으로, 다시 우디를 떠올리며 토이스토리5가 나올지 상상해봤지만 다시 9년 정도 후 문화트렌드가 아주 키치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지금의 결말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적당한 메시지라 생각된다. 다만 외전으로 우디와 보핍의, 버즈와 제시의 4각관계 사랑이야기가 나온다면 돈내고 볼 의향은 있다. 어쨌든, 올바름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길을 걷는 우디, 토르, 현진 그들을 응원하고 사랑한다. 마찬가지로 희귀질환 환자가족들의 삶에도 새로운 도전과 모험이 가득하길 바라며 토이스토리의 잊을 수 없는 대사 한 줄을 함께 적는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영화 개봉 다음 달 별세한 매력적인 성우 故 박일 씨의 명복을 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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