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피니언
“입원할 때 약 가지고 오세요” 라고요?종합병원 입원 중 응급출혈 시 전달체계의 문제 심각하다
김태일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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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1  18: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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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환자 H씨(40대)는 지난 달 인공관절 치환수술차 ㄱ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여러 차례 진땀을 뺐다. 수술이 어려워서였냐 하면, 그게 아니었다. 수술 이후가 문제였다.

물론 큰 수술이긴 했지만 순조롭게 수술을 마치고 정형외과 병동으로 내려와 하루에 두차례 응고인자를 투여받으며 회복 중이던 엿새째 되는 날, 수술했던 부위에 출혈감이 느껴졌다. 살살 보행기를 짚으며 걸음 연습을 하고 관절각도를 회복하기 위해 점차 늘려가며 CPM기계 운동을 하던 게 무리를 일으켰던 것 같았다. 바로 주치의를 불러 출혈을 호소하고 빨리 응고인자를 더 투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정형외과 레지던트인 주치의는 이런 경우 스스로 응고인자제제 추가 투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주치의는 담당 정형외과 교수에게 출혈 사실을 알렸고, 교수는 다시 혈우병 환자 응고인자 처방의 권한이 있는 혈액종양내과 교수에게 오더를 요청했다. 아니 H씨가 인지할 수 있었던 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들은 게 다였다.

만 하루가 지나도 혈액종양내과에서는 상태를 보러 오지 않았을뿐더러 추가 주사도 처방되지 않았다. H씨는 하는 수 없이 입원할 때 가지고 온 자신의 약을 까서 링거액이 연결돼있는 ‘헤파린 캡’(잦은 정맥주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입원 시 주로 팔 정맥에 연결하는 장치)에다 찔러 넣었다. 두 달 전, 수술에 관한 상담을 할 때 외래 간호사가 ‘혹시 모르니 입원할 때 본인 약을 좀 가지고 오시라’고 했던 게 새삼 이해가 되고 한편으론 고마우면서도 ‘입원중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가벼운 재활운동 때문에 출혈이 될 정도로 다리가 약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수술 후 유지요법으로 투여되던 양도 좀 적다 싶었고, 결정적으로 급성 출혈이 왔는데 의료진끼리 컨설팅만 주고받으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결국, 거의 이틀이 다 돼서야 추가 처방이 나와 주사약을 더 맞을 수 있었고 이후 유지요법이 하루 3회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경험을 한 혈우환우가 H씨만 있는 것이 아니다. 8인자 항체환우 K씨(50대)는 1년 전 같은 병원에 수술차 입원했다가 의료진과 대판 싸웠다. 회복 중에 급성출혈이 됐는데 “제기랄 혈액종양내과 컨설팅 받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리더라”고 그는 말했다. K씨의 경우 수술 후 유지요법을 하고 있다고 해도 항체약품의 반감기가 워낙 짧아 거의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빠른 추가 처방이 더욱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같은 ㄱ대학병원에서 지난 2월 어깨수술을 받은 항체환우 J씨가 입원 도중 뇌출혈로 5월 말 끝내 사망한 사건과 지난해 코헴회 故황선준 전 경남지회장의 대퇴부 혈종수술 사망 사건은 병원 내 혈우병 환자 출혈관리의 심각성을 뼈아프게 돌아보아야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ㅅ병원의 경우 혈우환우가 정형외과 수술을 하고 정형외과 병동에 입원을 하더라도 혈액종양내과 주치의가 하루 한 번 회진을 돌고, 정형외과적 처치가 마무리 되는대로 혈액종양내과 병동으로 전원(Transfer)하여 출혈관리를 하고 있어 한층 개선된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혈우병 환자가 입원 중에 주사약을 기다리느라 끙끙 앓는 일도, 더욱이 그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도 없도록 관계기관끼리의 긴밀한 협조와 대책이 시급하다.

[편집 김태일 기자 / 글 한국코헴회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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