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할머니라는 말만 들으면 철없던 7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걸까? 어릴 적, 우리 할머니는 내가 배고프다고 할 때, 계란 후라이를 하나 해서 밥에 올려 간장, 참기름을 넣고 비벼주시곤 먹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시곤 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어른이 된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아주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한 마디만 해도 무엇이든 ‘오냐오냐’하면서 들어주셔서 엄마를 피해 종종 불량 과자를 사달라고 졸랐던 그 시절. 그리고 그런 추억이 있어서인지 할머니라는 단어는 늘 정겹고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제 유튜브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할머니를 종종 만난다. 세계적 그룹 구글의 CEO도 존재를 알고 만나고 싶어 하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할머니 박막례 할머니, 할머니의 직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이다.
아무리 다양성이 존중받는 유튜브 채널이지만 나는 처음 이 채널을 발견했을 때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 할머니와 동년배 정도 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유튜브 영상을 올리시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을 몇 개 보면서 이내 그 비밀은 풀린다. 비밀은 바로 할머니의 손녀였다.
채널 소개에서부터 손녀의 할머니를 향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글이었다. 할머니의 즐거움을 무엇보다 바랬던 한 손녀가 할머니와 함께 대화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먹으며 보내는 일상을 올리던 채널이 100만 구독자를 넘기는 채널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영상을 보다보면 맛깔 나는 음식 솜씨와 정감 넘치는 말투를 가지고, 마치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간 것 같기도 하다.
실제 할머니가 한 영상에서 만들었던 ‘간장비빔국수’ 는 너무 맛있다는 소문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다른 먹방 채널에서도 따라 만들어 레시피가 올려 지기도 했었다. 혹은 어느 욕쟁이 할머니의 구수한 말이 정겨운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을 구독자들에게 느끼게 하는 채널, 박막례 할머니 채널이다.
이번에 올라온 영상은 그 유명세를 증명하는 것처럼 ‘박막례 할머니의 하루 일상, 브이로그’ 였다. 얼짱 각도는 모르신 체, 바닥에 카메라를 놓고 화장을 하는 할머니의 수다, 화장을 하면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 더울 것 가아 걱정이라는 말씀도 참 구수하다. 게다가 옆에서 그런 할머니의 수다 상대가 되어주는 손녀이자 영상 촬영, 제작자인 손녀와 주고받는 대화 역시 재미있는 대목이다. 마치 여느 여자 친구들 간의 대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서로 옷이 어떤지, 오늘 나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등을 이야기하는 말투가 너무 친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간식을 드시면서 몸에 좋으니 이것저것 많이 먹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늘 나만 보면 이것저것 배부르게 챙겨 먹이시려고 하시는 할머니를 떠오르게 하여 기분이 더 좋아지곤 했다.
할머니, 엄마만큼 누구에게나 정감 넘치는 단어 아닐까? 투박하지만 맛있게 먹기를 바라면서 손자, 손녀에게 쓱쓱 계란밥을 비벼주시던 나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처럼, 우리 모두 나를 한 없이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다. 물론 박막례 할머니, 아니, 크레이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새 인생을 살고 계신 양 영상마다 즐겁게 웃으시는 할머니의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 없이 푸근하고 즐거운 마음이 들게 만든다. 바로 그런 매력이 이 채널을 찾는 100만이 넘는 구독자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