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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직 개고기를 먹어보지 못했다고?혈우 환우들에게는 익숙한 개고기, 안 먹어본 사람이 있나?
황정식 기자  |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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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2  14: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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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아마 중학교 1, 2학년 때쯤 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가 점심을 먹으라고 해서 식탁에 앉았는데, 냄비에 야트막하게 깔린 고기 위로 부추가 깔려 있었다. 이 고기는 이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고 해서 먹기 시작하였다. 특이한 맛에 어머니에게 이게 무슨 고기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돼지고기야”라고 말하셨다. 난 그날 어머니가 주신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 어렸을적 먹었던 개고기는 아마 이런 비쥬얼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서야 그게 개고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친구 따라 고기집에 가서 속아서 개고기를 먹었다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 혈우 환우들에게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개고기를 처음 먹었던 그날은 평일 낮, 즉 다리가 아파 학교를 못간 날이었던 것 같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20~30대 혈우 환우 중에서는 개고기를 멀리하는 환우들이 많다.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요즘 한참 이슈가 되는 개고기 혐오론자들도 많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약이 없었을 시절을 겪었던 40대 이상 장년층에서는 지금은 먹지 않아도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히 나온다. 아직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길러보지 못했지만 다리가 퉁퉁 부어 바닥에서 뒹굴며 아프다고 우는 아이에게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는 자기 다리라도 바꾸어 줄 수 있으면 그러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실없는 농담으로 보이겠지만 부모의 마음은 농담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부모는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개고기는 여름 건강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땀을 많이 흘리고 기가 허해지는 사람들에게 개고기가 영양 보충,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치료약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개고기가 아이에게도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개고기를 접하게 된 혈우 환우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개고기뿐만이 아니다. 몸에 좋다는 건 다 먹어봤을 것이다. 본인도 그랬으니까. 심지어 강직성척추염을 앓고 있는 내 친구는 녹용, 뱀, 벌, 두꺼비, 사슴피 등등 안 먹어본 것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어린 나이에 허리가 낫는다는 말에 부모님이 구해오신 개소주를 원샷 했다가 황천길을 건널 뻔 했다고 한다.

물론 개고기를 싫어하는 집안이라면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 마음이 어디 갈까? 개고기 빼고는 다 먹어봤을 것이다. 몸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하는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 지금 여기서는 개고기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개고기는 나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라도 했단 부모님의 아련한 추억이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혈우병 환자에게도 혈우병 치료제는 골라서 맞아도 될 정도로 많은 치료 옵션이 다양해진 시대가 되었다. 아직 치료제에 대해서 왈가왈부가 많지만 그래도 없었던 때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 아닌가? 약도 없었고 치료 옵션도 없었던 과거에 부모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에게 최고의 보양 음식을 먹이는 것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개고기 반대 여론도 심하고 동네에 개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집도 찾아보기 힘들어진 시대이다. 하지만 지금도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가 사 오셨던 개고기가 생각이 난다. 나에게는 개고기가 식용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생존하느냐 죽느냐를 걱정하셨던 어머니의 정성이라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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