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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설 수 없는’ 한국혈우재단 ①[주필칼럼] ‘역지사지’ 시리즈3-1
김승근 주필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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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9  09: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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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혈우재단

역지사지, 오늘은 혈우재단에 비토(veto)를 놓는 이들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혈우재단은 1990년 겨울에 발족됐다. 이어 이듬해 혈우재단의원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에 나섰다.

◇ 혈우재단은 바로 설수 없다. 왜 바뀔 수 없는 건가?

한국혈우재단의 설립은 故허영섭 녹십자회장의 역할이 컸다. 벌써 30년 가까이 된 거다. 10년에 한 번씩 강산이 바뀐다니까 세 번이나 바뀐 건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바뀌지 않은 것은 혈우재단의 시스템이다. 그 당시 재단 설립에 관여했던 황태주 선생은 지금 한국혈우재단의 이사장이다. 최용묵 선생은 이사장을 거쳐 지금도 굳건하게 혈우재단 상임이사직을 수행하며 혈우재단의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대부분 초대 발기인들이 재단이사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단 역사 30년간, 이사장은 총 다섯 분인데, 초대 허영섭 회장은 3대(1991.01~1998.07)까지 역임했고, 이어 4대 이순용 이사장(1998.7~2000.4), 5~6대 유명철 이사장(2000.4~2006.4), 7~8대 최용묵 이사장(2006.4~2012.4), 9~11대 황태주 이사장(2012.4~현재)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재단설립에 관여했던 대구 이건수 선생은 은퇴 후 환자들에게 자문을 전하는 위치에서 환자들과 소통하고 있고, 부산 이순용 선생은 이사장직을 유일하게 단임하고 은퇴하셨다. 특히 이순용 선생은 재단 이사장직 재임을 고사(固辭)하신 유일한 분이다. 이들에게 ‘용퇴(勇退)’라는 찬사가 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외에는 망팔(望八)을 지나 산수(傘壽)를 내다보는 분들이다. 정말 열정이 넘치는 분들이다. 아마도 상수(上壽)를 넘겨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지 않겠나싶다.

이쯤에서, 우리는 독재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1인 또는 일정한 집단에 권력을 강압적으로 집중시키거나 일부를 배척하면서 지배하는 권위적인 위치를 지키는 것을 독재라 알고 있다. 독재하기 위해서는 비토하는 이들을 철저히 배척해야한다. 그래야 집단권력이 장악되고 유지되며 본인들의 권위를 굳건하게 다질 수 있게 된다는 거다.

▲ 現 한국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 친근한 이웃 아저씨처럼 항상 다정다감하고 대화 나누기를 좋아해서 많은 환자들이 그를 좋아하며 잘 따른다.

◇ 독재자, 재단의 독재 권력자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8,90년대 혈우사회처럼 제도적 뒷받침이 전무하다시피 했을 때는 독재의 ‘막강한 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 그 시절이 아니지 않는가. 물론 리비아의 카다피,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이라크의 후세인 보다는 더하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독재의 말로(末路)는 매우 비참하다.

재단의 집단 독재는 무서울 정도로 단단하게 이뤄져 있다. 학식을 바탕에 둔 의료전문인들과 경제를 바탕으로 둔 기업이 영형상수(影形相隨)이고 나아가 목불식정(目不識丁)인 환자들이다보니 무엇이 어찌 바뀌겠는가. 다만 재단의 ‘독재 1세대’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야 그나마 자정(自淨)을 기대해 볼 수 있으려나. 어쩌면.... 독재가 끝날쯤엔 재단이 없어질 것이라는 찌라시가 나올 법하다.

◇ 독재 앞에 그 누가 직언할 수 있는가?

재단은 새로운 것에 익숙하지 않다. 오래된 습성, 오래된 시스템이 고착되어 있기에 머리를 들면 정에 맞을 판이다. 이에 직원마다 복지부동은 생존전략이 된 듯해 보인다. 더구나 아무리 좋은 뜻으로 이야기를 건낸다 해도, 그 의견이 시발(始發)된 출처에 따라, 취사선택을 달리한다. 재단 비토자들에게는 이미 주홍낙인이 찍혀 원죄처럼 남아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자칭 재단측근이라는 자들이 ‘내가 힘써줄까?’라며 비아냥거린다. 마치 면죄부라도 팔겠다는 듯 말이다.

뒷구멍을 긁어주며 비위를 맞추는 이들에게는 축복이 있나니 재단이 그들의 것이요. 재단의 귀와 눈에 거슬리는 자는 지옥이 그들 것이니라. (재단서 1장1절)

재단 내에 독재 1세대가 굳건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 후학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재단 내에 의원장의 일을 도우며 배울 사람이 없다. 간호사는 수간호사와 이하 여러 명의 의료인이 있어 협업하며 일선에서 환자 치료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물리치료실도 실장과 치료사가 협업하며 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혈우병 전문의는 원장 아래 전무하다. 좋은 핑계로 ‘연구회’라며 재단 직속기관이 아닌 외부 학회에 있다고 한다. 이런 실정인데 미래가 있을까? 이런 것은 강력한 독재 1세대의 영향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는데 아직 삼킬만한 자를 찾지 못해서 일까? 그나마 독재가 물러나면 누구든 어떠랴 꼰대만 아니라면 된 거지?

자연인으로 본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의사들이다. 각 개인적으로는 존경받아 마땅한 국제적인 석학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집단화되어 독재를 이루고 있는 모습 속에는 흉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스스로 돌이켜 본다면 아마 그들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며 자괴감마저 들지 않을까? 때에 따라서는 말도 안 되는 것을 해야 하고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행해야 할 때가 있을 거다. 때론 자신들의 부끄러운 면을 환자들이 몰라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지한 환자라도 인생사는 불문가지(不問可知)고 당구풍월(堂狗風月)이라 했다.

쓰다보니 장문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쓰려던 본론은 시작도 안 되었다. 이쯤하고 다음에 이어가보자.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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