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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反코헴, ‘법대로 하자’[주필칼럼] '역지사지' 시리즈2
김승근 주필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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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8  0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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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혈우사회가 정착된지 얼마나 됐을까? 최근 15년 이내에, 혈우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잔잔한 파동 속에 물 흐르듯 흘러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격동’이라고 불릴만한 큰 이슈는 손꼽아 보기 어렵다. 혈우병이라는 질환 때문에 국가와 극렬하게 싸우고 국민에게 호소하던 그때 그 감정은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그라들어 버린 것 같다.

그렇게 지내오면서 이제는 오히려 외부적인 투쟁논란보다는 내적요인으로 인해 몸살을 앓아가며 맷집을 키우고 있다(좋은 말로 맷집을 키운다고 했지만 사실상 보기에는 너무 안 좋다). 격동의 세대로써, 지금의 혈우사회 모습을 보고 있으면 ‘反 코헴’이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지금 환우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당초 환우회의 설립취지는 ‘단체의 모든 비용을 우리 스스로 부담하며 우리 환우의 일은 우리 스스로 해 내겠다’라는 취지를 담아 정관 1조에 ‘자변(自辨)’을 못 박아 넣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부터인가 정관 1조는 개정이 되었고 지금은 ‘자변(自辨)’ 대신 자활(自活) 자립(自立)으로 변질(?)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환우회는 당초 설립취지를 벗어났다. 조금 과장하자면 마치 대한민국 헌법 1조가 바뀌는 듯한 느낌.

지금 환우회는 물리적으로 도저히 ‘자변’단체가 될 수 없다. 첫 번째는 지출 예산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과거에 비해 회비 납부율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강제적 회비징수’라는 비판논란은 있지만 당시 100%에 가까운 회비 납부율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당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환자단체의 재정자립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 다시 돌려놓기도 힘들게 됐다. 그것은 혈우재단의 인건비 지원이나 제약사의 사업비 지원이 큰 몫을 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기에 무조건 반박하지는 않겠지만, 재정의 자립이 약해지면서 환우회의 자존감도 약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과거 환자들의 활동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꼭 얻어내야만 했던 생존권 쟁취투쟁이었다. 예를 들자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적용과 관련해서 혈우병은 상급병원을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일반 질병의 경우 동내 의원을 거처야 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군복무 면제(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면제를 받기위해 제출해야 할 자료가 한 무더기였고 때로는 입대 후 의가사전역을 해야했다).

때로는 특례법까지 추진해서 법 개정을 한 경우도 있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106조(부가가치세 면제 등) 14항 2호 혈우병으로 인한 심신장애자가 사용할 열처리된 혈액응고인자농축제 라는 부분이다. - 수입되는 혈우병 치료제 중 열처리된 혈액응고인자는 비과세로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도록 하는 조항(지금은 개정되지 않아 사문화 되고 말았다).

이뿐 아니라 혈우병 등 특수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요양기관에서 고의나 과오로 인한 업무정지처분시 환자들에게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해당 처분시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법안도 있다.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적용기준 [시행 2008. 11. 26.]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제2008-153호, 2008. 11. 26., 일부개정] 中 제2조(과징금 부과대상) 요양기관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 (1항 나호/ 한센병, 결핵, 정신질환(입원환자), 만성신부전, 혈우병, 화상 등과 같이 장기간 동안 지속적인 진료를 요하는 특수질환의 환자를 주 진료대상으로 하는 요양기관)

흔히 우리 환우들은 법 제정이나 개정을 ‘치료제를 위한 복지부 고시’에 국한한다고 철부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환자들 스스로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법 제개정에 발 벗고 나섰다. 혈우병 환자들의 생활에 밀접한 법령을 손보는 것은 환우회의 가장 큰 업이기 때문이다.

법은 필요에 의해 제개정 된다. 크게 나눠 탄력적으로 바뀌는 것과 시간에 따라 자연적으로 바뀌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탄력적으로 바꾸는 것은 환우회의 몫이다. 필요에 의한 강한 요구가 정부를 움직일 수 있고 법을 제정하는 국회를 움직일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코헴 이남일 간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다. 국회를 전담하다시피 찾아가 의원들을 설득하고 혈우병을 재 인지하도록 환기하는 역할을 해왔다. 다소 힘겨워 보이기도 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서포트하고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코헴 내홍에 의해 ‘사직’이라는 유탄에 맞게 됐고 환우들을 위한 국회 담당은 다시 공석이 됐다.

“이만하면 됐지 무슨 법 개정이 필요해?”

누가 이런 당치 않는 소리를 할까? 사람은 ‘아는 만큼 행하게 된다’고 했다. 즉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일 뿐이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개정해야 할 법은 산더미고 제정해야 할 법도 부지기수이다. 정부의 의료정책과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우리 환우들의 국고탈락(희귀질환지원)자는 어떠한가? 8인자 9인자 항체를 벗어난 희귀 혈액질환자들은 또 어떠한가? 새로운 치료제가 혈우사회에 들어오는 과정은 또 어떠한가? 매번 싸워야 하고 매번 겪어야 하는 장애물이 상시존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법까지 우리 혈우사회에서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 해봐야 한다. 이를테면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2019. 4. 30.] [법률 제16410호, 2019. 4. 30., 일부개정] 중 ‘약사법 특례사항’과 홍보·관리·지원비 등에 대한 법제정이 됐다. ▲지방 자치법규 중 충청남도 사회복지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시행규칙 [시행 2017. 3. 30.] [충청남도규칙 제3323호, 2017. 3. 30., 전부개정] 제4조 ①항에 의해 혈우병 환자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 △(국내에서 치료하는 경우) 예비검진 및 치료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 중 최고 2,000만원 범위 내에서 위원회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금액 △(외국병원에서 수술 및 치료를 하는 경우) 예비 또는 종합 검진비, 왕복항공료(보호자 포함), 체재비 및 간병비와 사후 진료에 소요되는 비용 중 실비를 제공할 수 있다. 대상은 충청남도에 거주하거나 소재를 둔 개인·기관·단체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 또는 차상위계층에 적용된다.

위의 법 중 ▲희귀질환관리법과 ▲사회복지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시행규칙은 큰 의미가 있다. 코헴 본회는 희귀질환관리법을 통해 전국의 환우들에게 힘을 실어줄만한 요건을 찾아 제개정을 살피고 각 지회는 ‘충청남도 조례규칙’처럼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혈우병관련 희귀질환 지원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예산확보를 위해 매번 지원처를 찾아 우는소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다. 기업은 그들의 매출에 따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환우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넋 놓고 예산에만 눈과 귀를 모으지 아니한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회를 멀리하려하고 제약사만 흔들어대는 꼴은 아닌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해 보인다. 이러하니 反코헴을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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