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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혈우재단 관점에서 혈우사회 바라보기[주필칼럼] '역지사지' 시리즈1
김승근 기자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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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4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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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재단은 당초, 녹십자의 지원으로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평생무상 공급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치료제가 없었던 국내 혈우병 환자에게 획기적인 변화였다.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제의 무상공급은 생명연장을 뜻하는 것이었다. 혈우재단이 설립되던 그 날, 혈우병 환자들은 재단의원을 방문해서 치료제 투여도 하고 2-3일치 약도 챙겨 받았다. 그리고 재단의원 원장님은 환자들에게 “아프면 언제라도 와서 주사 맞아”라고 따뜻한 말까지 건넸다. 진료실 건너편에는 환자들 휴게 공간도 만들어 줬다. 그곳에서 짜장면을 시켜먹기도 했다. 도시락을 챙겨 와서 다른 환우들과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환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자기만의 방구석에 갇혀서 외톨이로 지내지 않아도 됐다.

환자들의 정기검진도 무상으로 제공됐다. 관절상태를 보기위해 X선 촬영도 해줬고 물리치료실도 마련됐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근력강화 재활운동도 했고 출혈이 나면 얼음찜질도 편안하게 누워서 할 수 있었다. 녹십자는 환자들에게 치료제의 무상공급 약속을 지켰고 그렇게 계속 진행됐다.

그러다가 수입치료제 이슈가 혈우사회에 불어왔다. 얼마 후 환자들은, 원하면 수입 약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수입치료제도 재단을 통해 무상 제공됐다. 재단은 비록 녹십자의 지원으로 설립이 되었지만 환자들이 원한다면 녹십자의 치료제든 수입치료제든 어떤 치료제라도 무상으로 공급받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입치료제의 비중이 높아졌다. 가격도 비싸졌다. 그래도 재단은 녹십자의 재정지원을 받아서 환자들에게 원하는 치료제를 무상공급 했다. 얼마 후 국가에서 혈우병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됐다. 수입치료제 종류도 다양해졌다. 얼마 후 국가는 ‘혈우병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조금 수정했다. 재산소득 조사를 통해 일부 환자의 지원을 중단하기 시작했다(만약 국가지원이 아닌 재단지원이 계속되었더라면 재산조사로 탈락되는 환자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국고지원 탈락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재단은 이들의 지속적인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서 보완정책을 만들었다. 녹십자의 재정지원으로 국고탈락자의 치료비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재단정책은 국고탈락자가 녹십자의 치료제를 사용하든 수입치료제를 사용하든 관계없이 지원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환자들의 단체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가족모임도 하고 교육사업도 하면서 환자들의 자발적인 자치활동이 폭 넓게 진행됐다. 이에 혈우재단은 환자들의 지원 사업을 비중도 높여갔다. 직접 지원 부분도 넓히고 간접지원도 넓혔다. 환자들이 쉼터가 필요하다고 해서 재단은 몇몇 곳에 쉼터를 만들어 제공했다. 지방 환자들이 큰 병원에서는 약 타기가 쉽지 않다고 해서 몇몇 곳에는 서울의원과 같은 지방의원을 개설했다. 약도타고 물리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제공했다. 여러 가지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치료제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일반 병의원처럼 많은 환자들이 이용하는 병원이 아니라서 지역 의원들은 적자폭이 컸지만 혈우병 환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일반 병원은 진료비 처방처치 물리치료 등등 수익사업을 통해 이윤이 발생된다지만 재단의원은 이런 종류의 의료행위로는 자생할 만큼 수입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혈우병환자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재정 후원을 받아서 운영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녹십자에서 근 30년 동안 지속적인 재정후원을 해주고 있기에 지금까지 혈우사회의 의료써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혈우병 환자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녹십자 치료제를 사용하기에 녹십자가 재정지원을 해줬다고 치더라고 최근에는 환자들이 사용하는 치료제는 대부분 수입된 외국치료제이다. 그런데도 녹십자의 지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왜일까?

어떤 이는 녹십자 선대회장의 ‘혈우병 환자의 무상치료’라는 약속 때문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재단 운영을 결정하는 이사회(의사 선생님들 그룹-국내외 관련학회의 이사장 학회장 등을 역임한 저명한 의료인들로 구성되어 있다)의 영향력이라고도 한다. 어찌됐건 지금 환자들은 어떤 약을 사용하더라도 무상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국고탈락자의 경우 녹십자의 약을 쓰던지 안 쓰던지 관계없이 재단에서 절반은 보조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의 환자들은 끊임없이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그 비난의 목소리는 매우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다. ‘녹십자 약만 강요하는 재단’ ‘녹십자 재단’ ‘재단은 없어져야한다’ ‘덩치만 커진 재단을 위한 재단’....

그런데, 정작 내용을 잘 알고 이런 비난을 하는 걸까? 재단에서 처방되는 혈우병 약은 그린모노, 애드베이트, 그린진F, 애디노베이트, 진타, 훽나인, 베네픽스, 릭수비스, 훼이바, 노보세븐, 이뮤네이트... 이렇게 꽤 많다. 여기서 녹십자 치료제는 그린모노, 그린진F, 훽나인이고 이들의 총 매출은 20%정도 될 듯. 이외의 치료제는 모두 수입치료제이다.

그리고 재단은 치료제 처방이나 치료제 관련 건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비급여 의료비 지원도하고 있다. 만성간염 치료비도 지원한다. 환자들의 취업을 위해 교육비도 지원하고 수영이나 헬스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복지사업도 하고 환자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간호사업도 하고 있다. 환자가 대학에 입학하면 축하금도 지원한다.

재단의 역대 이사장과 이사들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의료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됐다. 특히 주니어 혈우병 전문의료인을 육성하고 양성하기 위해서 의료학회에 혈우병연구회 설치하고 연구 사업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재단을 이용하고 있는 절대 다수의 환자들은 재단 써비스에 만족하고 있다. 재단을 비판하는 환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재단의원을 이용하고 있는가?”
“재단의원 써비스에 불만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불만을 갖고 있나?”
“재단의원이 왜 싫은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거나 떠오르지 않는다면, 또한 단순히 누군가에게 비판적인 이야기만을 들었다거나 전달받았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런 생각을 해봤을까? 그 누군가에게 잘못된 정보 듣고 사실인 것처럼 당신의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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