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곳 보다도 음모론이 무성한 곳은 바로 주식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 내용이 있다면 바로 '공매도'와 관련된 이야기들인데 ‘특정’ 세력이 공매도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매도 즉, 대차거래는 주가를 끌어내리기 보다는 상당한 양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로 주식 시장에 있어 실보다 득이 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공매도 세력이 매번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수료와 이자, 그리고 이득은 제한적이지만 손실은 그야말로 무한대인 구조로 인해 단순히 방향성만으로 베팅한다면 몇 배의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때 나타나는 현상을 바로 숏스퀴즈(Short Squeeze)라고 하는데 지난 주 급락 이후 3일간 상승했던 다우지수에서 이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가 급락이후 추가 하락을 예상했던 공매도 세력들이 주가가 반등에 나서자 포지션을 정리하거나(숏커버링 Short Covering, 주식 매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반대 매수에 뛰어들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공매도 상위 종목들이 오히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이러한 수요는 이제 진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음모론에 왜 사람들은 더 귀 기울이고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해설한 책이 있는데 바로 <전문가와 강적들: 나도 너만큼 알아>이다. 저자 톰 니콜스는 다트머스대, 조지타운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거쳐 미국 해군대학 교수로 일하는 러시아 문제 전문가다. 러시아 문제에 대해 자기를 가르치려는 비전문가들 때문에 썼던 컬럼을 보고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에서 출간을 제안했다고 한다.

책의 원제는 ‘전문지식의 죽음(The death of expertise)’.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심지어는 원칙과 객관적인 정보에 기초한 주장들조차 더 이상 만나 보기 힘들어졌다고 저자는 토로한다. 여기에 잘못된 주장을 하는 강도는 지식이 부족한 정도와 정확하게 비례하는 결과(더닝-크루거 효과)와 함께, 전문지식을 거부하거나 업신여기는 걸 자기만족이나 자기과시 수단으로 삼기까지 한다는 사실 또한 적고 있다.

문제는 그 결과의 심각성에 있다. 1990년대 초 ‘에이즈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작은 단체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의학적 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을 내놓았다. 에이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영양실조나 허약한 건강상태 같은 다른 요인 때문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념에는 증거도, 근거도 없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이런 주장에 동조하면서 HIV 치료약을 비롯, HIV의 전염을 막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원조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3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3만5000명의 아이가 HIV 양성반응을 보인 뒤에야 음베키는 태도를 바꿨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나약한 본성이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중 확증편향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데 확증편향은 자기가 이미 믿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증거만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경향을 말한다. 사적 경험, 편견, 두려움, 속설, 미신 등이 이러한 확증편향을 부추긴다. 그리고 확증편향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앞서 언급한 주식시장의 음모론과 같이, 교육을 많이 받았거나 똑똑한 사람조차도 믿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음모론은 그 자체가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다루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응수를 하거나 어떤 모순을 지적하더라도, 그것은 복잡한 이론만 낳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모론이 전문가의 죽음과 더 연관성을 지니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극적인 측면이 덜한 설명에는 귀 기울일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교육받은 사람들조차 문제의 결과가 자신의 지적 이해 능력을 넘어선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부족함까지도 인정하기 싫어하는 법이다.

물론 전문가가 틀릴 때도 있다. 기형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탈리노마이드를 임신부에게 진정제로 처방했던 일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는데 이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사례들을 우리도 겪어왔다. 하지만 뭔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동료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말을 들어, “전문가는 매우 좁은 자신의 영역에서 일어날 법한 실수란 실수는 모조리 다 해 본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전문가는 어떠한 주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전문가가 틀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저자는 전문가와 일반인의 관계는 정치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하지만 재능, 식견 그리고 수준은 똑같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고 말한다. 전문가에 대한 불신은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에 관해서 기본적인 부분조차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그 이슈들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고 주장한다. 유권자들이 이처럼 중요한 경정 사항들에 대한 통제권 잃게 된다면 무식한 선동가들 즉, 포퓰리즘이 설치는 터전을 제공하고 결국 음모론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해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음모론과 관련된 이야기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책은 최근 많이 발간되고 있다. <음모론의 진화: 민주주의를 향한 공격(A Lot of People Are Saying: The New Conspiracism and the Assault on Democracy)>(Rosenblum, Nancy L. , Muirhead, Russell | Princeton University Press)도 참고할 만 하다. <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 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