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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자와 결혼한 아나운서 고민정의 고백“엄마보다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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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3  00: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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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부시게 /JTBC 2019.02.11. ~ 2019.03.19./ 방영종료 12부작/ 최고시청률 9.7% (닐슨코리아 제공)/ 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 김수진/ 등장인물 김혜자 한지민 남주혁 손호준 안내상 이정은 김희원 김가은 송상은 정영숙 등

얼마 전 안방극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눈시울을 붉히게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극중 한 남자는 평생 자신에게 엄격했던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살아오던 중,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넘어질지 모르니 눈을 치워야 해요.”라며 눈이 쌓인 길을 쓸면서 하는 말을 보며 어머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정작 자신은 그 사랑을 모르고 살아왔는지를 깨닫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의 어머니도 내가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 어느 시점에서 내 앞에 눈을 쓸어주고 계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이란 부모의 사랑을 잘 모르고, 부모는 그럼에도 늘 내 자식이 가는 길에 하나의 위험도 없고,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이 책의 제목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는 그 드라마 장면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잘 키운 예쁜 딸이 남들 보기에도 번듯한 아나운서가 되었고, 이제 잘 살기만을 바랐을 엄마였지만 그 딸(지은이)이 선택한 남자는 희귀 난치성 질병에 걸린 시인이었다.

반대도 못하고, 자신을 위해 다시 생각해달라고도 못하는 엄마에게 저자는 말했다. “엄마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해서 미안해”라고.

책 제목은 그런 엄마에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이 부부가 살아가는 법이 무척 궁금했다. 그러며 읽어 내려갔다. 어떤 조건도 따짐도 없이 선택한 그녀의 선택, 그 삶이란 어떤 것일까?

“존경한다는 것은 아마도 그처럼 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 사람의 행동, 그 사람의 인품, 그 사람의 비전을 사모하고 닮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결혼,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은 확신이 있기에 선택하게된다. 즉 그녀는 분명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11살 연상인데다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궁핍해 보이는 ‘시인’이었고 더구나 그 남자는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고난이 아주 많아 보이는 남자. 그를 선택한 것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희귀성 질환 중에서도 4만 명 정도로 비교적 많은 이들이 앓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흔한 질병으로 분류하기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척추 질환이 그러하듯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이 있고, 꾸준하게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치료 역시 쉽지 않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람들이 허리통증으로 여기고 수년 이상을 방치하거나 단순 척추관절 치료만 받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더욱 난치성 질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상은 나를 통해 당신을 보지만, 나는 당신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촉망받는 아름다운 아나운서가 아무것도 없고 희귀질환까지 앓고 있는 한 시인과 결혼을 했다는 것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화자가 되었었다. 몇 년 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이었다니, 그 이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새삼 그 소문의 주인공을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된다.

▲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고민정 저자/ 마음의 숲 출판/ 2013.08.13

그때를 돌아보면, 아나운서가 시인과 결혼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관심거리는 아니었다. 다만 내 관심을 끈 것은 당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아나운서가 시인하고? 시인 집안이 갑부인거 아니야?’, ‘그 아나운서 되게 신기한 사람이다. 시인하고 결혼해서 뭐 먹고 산다고?’ 이런 반응들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시인이라는 직업은 뭔가 모자라고 가난하며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 같은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사회적 낙오자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여자 아나운서는 아름답고 똑똑하며 무엇이든 누리고 살 수 있는 특권층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재벌가와도 결혼을 할법한 그런 사람이라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 둘의 결합을 놓고 아주 희한하고 특이해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심지어 ‘기삿거리’까지 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하긴, 당시에도 꽤 유명한 아나운서가 재벌과 결혼하면서 바로 퇴사를 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기사에 나긴 했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비교적 자주 그런 일이 기사로 나오다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여자 아나운서를 마치 좋은 집안에 시집가기 위한 통로 정도로 여기는 선입견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세상 이들은 의아해했고 궁금해 했으나, 사실 그 안에는 스무 살, 앳된 나이에 존경할만한 남자를 만나 조용히 마음을 키워왔고 각자 직업을 가졌으며 때가 되어 결혼했을 뿐인 한 여자가 있었다.

그저 함께 일생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 그들 앞에 놓인 사람들의 선입견이나 남자가 가지고 있었던 희귀 난치성 질환 같은 것조차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 나는 그간 소문으로만 접했던 그 화제의 아나운서의 진심어린 마음을 비로소 10년이나 지난 후에야 이 책 한권으로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결혼에 우리가 진정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했듯,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희귀성 질환이나 여러 현실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한 번씩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들 앞에 놓인 병마도, 난관도 모두 녹록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늘 쉽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내면서 말이다.

어떤 병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므로 많은 돈을 벌고, 어떤 혜택을 가져다주지 못할 테니까, 아니 오히려 그런 사람 곁에서 살아가려면 어떤 식으로든 감수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이 더 많을 테니까, 사람들은 참 많은 이유를 들어 그들을 바라본다. 그것이 자신들이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하지만 그런 약점을 가지고 있고, 몸 혹은 마음이 아픈 사람은 그들을 ‘어쩔 수 없이 책임져야 하는 가족’ 말고는 받아들이면 안 되는 존재들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나는 예전부터 매우 마음이 아팠다.

어떤 병을 가지고 있고, 어떤 특혜가 없다 하더라도 그냥 마음으로 사랑하고 함께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 건강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책은 희귀 난치성 질병을 가진 남자, 시인이라는 미래성이 다소 불안해 보이는 직업을 가진 남자와 당당하게 ‘사랑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결혼한 한 여자의 사랑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너무 평범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행복해 보이는 이 가정의 사랑이 너무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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